사회 검찰·법원

[클릭 이 사건]인지력 저하 고객 몰래 2495차례 주식매매한 간 큰 직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1 15:53

수정 2018.03.01 18:38

부부 사이인 A씨와 B씨(여)는 2004년 M증권사 지점장이던 이모씨와 거래관계를 유지하면서 증권 등의 투자를 해 왔다.

그러던 중 A씨 부부는 2014년 3월 모 증권으로 이직한 이씨로부터 M증권에 예치한 증권 및 자금을 모증권 계좌로 이관해줄 것을 부탁받았다. 이에 A씨는 84억원 상당의 증권을, B씨는 15억원 상당의 증권을 새로 계설한 모 증권 계좌에 예치했다.

하지만 A씨 부부의 증권이 입고된 지 17일 후 이씨는 A씨 부부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계좌잔고 통보 방식을 우편 송부에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변경했다. 이어 2주 뒤에는 주식거래에 관한 A씨 권한을 1년간 부인인 B씨에게 위임하는 내용으로 신청하고 계좌 잔고 통보방식을 HTS에서 이메일로 무단 변경했다.
특히 이씨는 계좌 잔고 방식을 몰래 변경하기 위해 A씨 부부의 자택을 방문, A씨인 것처럼 행세하고 가사도우미를 B씨인 것처럼 가장해 모 증권 담당 직원과 통화하는 수법을 썼다.

이씨의 이같은 대담한 행동은 1920년대 출생인 이들 부부가 고령 및 질환으로 인지능력이 떨어져 있었기에 가능했다. B씨는 2011년 초기 치매 진단을 받은 뒤 가사도우미 도움으로 집에서만 생활해 왔고 남편인 A씨는 2014년 4월 고령에 따른 전신쇠약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하다 치료를 받던 중 6개월 뒤 사망했다.

이씨는 2014년 4월부터 6개월 동안 A씨 부부 계좌를 이용해 2495차례, 거래금액 합계 2404억원에 이르는 주식매매를 무단으로 했다. 이로 인해 모 증권은 10억원의 수수료를 취득했다. 이씨가 임의로 매매를 시작하기 전 계좌의 잔고는 A씨가 87억원, B씨가 15억원이었다. 하지만 이씨의 임의매매를 뒤늦게 안 A씨 자녀의 항의로 임의매매가 종료된 시점의 계좌 잔고는 A씨가 69억원, B씨가 13억원으로 총 20억원이 감소했다.

A씨의 공동상속인인 자녀들과 B씨는 임의매매를 금지한 자본시장법 등을 근거로 이씨와 모 증권을 상대로 총 23억원을 배상하라며 지난 2015년 소송을 냈다. 반면 모 증권은 A씨 부부가 모 증권에 계좌를 개설한 이후에도 특별히 이씨의 매매행위를 금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부부가 이씨에게 포괄적으로 주식 거래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임의매매가 아니라고 맞섰다.

그러나 1심에 이어 최근 항소심 법원도 A씨 부부가 모 증권에 계좌를 신청할 당시 이씨와 별도로 투자 일임약정을 맺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부부가 이씨에게 계좌의 주식거래에 관한 포괄적 권한을 부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씨가 임의매매를 시작하기 전 주식 및 예탁금 잔고와 상속인이 회사 측에 문제제기를 한 시점의 잔고와 차액인 20억원을 B씨와 자녀들이 받아야 할 손해액으로 산정했다.
법원은 다만 A씨 부부의 자녀들이 부모의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는데도 계좌관리를 소홀히 한 점 등을 참작해 모 증권의 배상책임을 80%로 제한, 20억원 가운데 16억원은 모 증권과 이씨가 연대해서, 나머지는 이씨가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