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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덕목, 옳은 편 골라잡기" CNN머니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5 10:05

수정 2018.03.05 10:05

기업들이 점점 더 정치·사회·문화적 갈등에서 목소리를 내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최고경영자(CEO)의 덕목 가운데 하나가 장기적으로 '옳은 목소리'를 내는 편에 서는 것이 됐다고 CNN머니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사회가 점점 더 양극화하면서 CEO들이 이전에 머물던 회색지대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늘 그렇듯이 지금도 되도록 이런 갈등과 거리를 두려하지만 쉽지는 않다.

딕스 스포츠용품은 최근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뒤 총기 구매 가능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높였다.

회사 CEO가 CNN과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다"고 밝혔지만 딕스의 대응은 의도하지 않게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딕스처럼 총기를 파는 월마트 역시 총기 구매 가능연령을 같은 수준으로 높였고, 아이들과 중고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성인용 장총을 닮은 장난감 총, 살상능력이 없는 공기총 판매도 중단했다.

소매업체 크로거, 아웃도어 스포츠 용품 업체 LL 빈 역시 총기 구매가능 연령을 높였다.

아웃도어 스포츠 용품 업체 레이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자사에 제품을 공급하는 비스타 아웃도어로부터 구매를 중단했다. 총기도 함께 파는 비스타가 파크랜드 참사 뒤 성명을 내지 않았다는게 이유였다.

신용카드업체부터 자동차 대여업체, 이사짐 업체, 항공사 등에 이르기까지 수십개 기업들이 전미총기협회(NRA)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딕스의 선도적인 대응은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총기 구매 연령을 높인 이틀 뒤 주식시장 하락 속에서도 딕스 주가는 상승했다.

모두가 다 이득을 본 건 아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근거지를 둔 델타항공은 NRA 총회에 참석하는 NRA 회원들에 대한 할인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화가 난 조지아주 공화당 의원들이 연간 수천만달러에 이르는 항공유 세액감면을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CNN머니는 그러나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일부 고객들과 멀어지고, 의원들의 분노를 살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상이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의 세대교체로 양심적인 기업들이 보상을 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사상 최대 소비자 집단으로 일컬어지던 '베이비붐'세대는 이제 은퇴해 점점 구매력이 떨어지는 반면 그 자리를 '양심적인 소비'라는 가치관을 가진 '밀레니엄' 세대가 차지하며 소비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포리서치에 따르면 내년이 되면 밀레니엄 세대가 베이비붐 세대보다 많아진다.

CEO들의 적절한 대응이 1978년 이후에 태어난 이들 밀레니엄 세대의 마음을 움직여 평생을 함께 할 브랜드로 거듭나게 할 기회가 생긴 셈이다.

미국의 새로운 소비자들은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민감하다.

웨버 섄드윅의 1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 소비자 10명 가운데 8명이 '올바른 행동을 하는' 기업 제품을 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파파존스는 잘못된 편에 섰다가 호된 대가를 치른 대표적인 사례다.

미식 프로축구 NFL 경기에서 흑인 인권침해에 항의해 선수들이 미 국가 연주 중 무릎을 꿇은 것에 대해 NFL 후원사였던 파파존스는 이를 비난했다가 매출이 줄었고, 후원사에서도 탈락했다. 대신 이 자리를 노리던 핏자헛에 후원사 자리를 빼앗겼다.


CNN머니는 이제 경영진들은 편을 골라야 하게 됐다면서 때로는 사업에 나쁜 영향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CE들은 역사적으로 올바른 편에 서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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