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셰이프 오브 워터' 작품·감독·음악·미술상 4관왕
게리 올드만 아카데미 첫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은 프란시스 맥도맨드
게리 올드만 아카데미 첫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은 프란시스 맥도맨드
"디 오스카 고우스 투 '셰이프 오브 워터'(The Oscar goes to Shape of Water!)"
아카데미가 예상대로 '셰이프 오브 워터'의 손을 들어줬다. 5일(한국시각) 미국 LA 돌비극장에 열린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셰이프 오브 워터'가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남녀주연상은 '다키스트 아워'의 게리 올드만과 '쓰리 빌보드'의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각각 차지했다.
유난히 쟁쟁한 작품들로 열띤 경합이 벌였기에 수상작들은 어느 한 작품에 몰리기보다 골고루 나눠지는 모양새였다. 그중에서도 아카데미 시상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작품상을 두고 많은 관심이 쏠렸다. 13개 부문 최다 후보에 오른 '셰이프 오브 워터'가 가장 유력했지만 '쓰리 빌보드', '덩케르크','겟아웃' 등 작품성 높은 후보작도 많아 끝까지 수상을 단언할 수 없었다.
■작품상 등 4관왕 '셰이프 오브 워터'
'셰이프 오브 워터'는 작품상을 포함해 감독상, 음악상, 미술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며 '올해의 영화'라는 명성을 챙겼다. 1960년대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비밀실험실을 무대로 언어장애를 지닌 청소부 엘라이자(샐리 호킨스)와 물 속에 사는 괴생명체와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수조에 갇힌 괴생명체와 엘라이자가 눈빛과 몸짓으로 교감하며 점차 사랑을 느끼고, 괴생명체가 해부당할 위기에 처하자 위험한 탈출 계획을 세운다. 그중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엘라이자가 '당신, 그리고 나, 함께'라는 말을 수화로 알려주는 장면과 욕실 문 틈을 수건으로 막고 욕실 안을 물로 채워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차이와 차별을 극복한 사랑의 의미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는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판타지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다운 독특한 스토리에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한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시상식에서 "(나는) 멕시코에서 나고 자란, 영화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다"며 "판타지를 꿈꾸고 있다면 '이게 문이다. 두드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녀주연상 게리 올드만, 프란시스 맥도맨드
작품상을 제외하고 가장 주목을 받은 수상자는 남우주연상의 게리 올드만. 누구나 인정하는 연기파 배우지만 유독 오스카와 인연이 없던 그는 이번 수상으로 그간의 '무관의 설움'을 풀게 됐다. '레옹' '제5원소' '다크 나이트' 시리즈 등 수많은 영화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인 게리 올드만은 아카데미 수상뿐만 아니라 노미네이트도 단 한 차례에 불과했을 정도로 아카데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오랜 숙원을 풀어준 '다키스트 아워'에서 게리 올드만은 삭발까지 감행한 완벽한 분장과 열연으로 윈스터 처칠, 그 자체였다. '다키스트 아워'는 살아남는 것이 승리였던 사상 최대의 덩케르크 작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용기로 40만명을 구한 윈스턴 처칠의 가장 어두웠지만 뜨거웠던 시간을 담은 영화다. 게리 올드만은 '인생작'이라는 호평과 함께 앞서 지난해 미국 내 다수의 비평가협회 및 골든글로브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여우주연상은 이변없이 '쓰리 빌보드'의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거머쥐었다. 공권력의 무능에 맞선 엄마로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준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영화 속에서 강한 어머니상을 보여줬다. 대부분의 매체와 비평가들이 그의 수상을 점칠 정도로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이 영화에서 그가 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인지를 보여줬다. 데뷔작인 '블러드 심플' 때부터 강한 인상을 남긴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조엘 코엔 감독의 '파고'로 이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쓰리 빌보드'는 모두가 잊어버린 딸의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대형 광고판에 도발적인 메시지로 이목을 집중시켜 세상과 뜨겁게 사투를 벌이는 한 엄마의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딸을 잃은 엄마의 분노와 슬픔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