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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美 관세폭탄에 '토털사커'로 맞서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8 17:41

수정 2018.03.11 16:58

[데스크 칼럼] 美 관세폭탄에 '토털사커'로 맞서길

"보이(Voy)!"

얼마 전 서울 잠실에 위치한 시각장애인축구장에서 쉴 새 없이 들려온 외침이다. 무슨 소리일까. '보이'는 스페인어로 '나'라는 의미.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맹부 시각장애인축구경기에서 수비수가 공 근처에 있을 때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외쳐야 한다. 선수끼리 부딪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전맹부 시각장애인 축구경기는 전·후반 25분씩 진행된다. 팀당 5명씩 출전한다. 골키퍼는 비장애인이다. 선수들은 모두 안대를 착용해야 한다. 시각장애인마다 시력에 차이가 있어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선수가 청각에 의지하는 만큼 공 내부에는 쇠구슬이 들어있어 소리가 난다. 선수들은 공에서 나는 소리로 공의 위치를 파악한다. 선수가 공의 소리를 듣을 수 있게 관중석에서 응원은 금지된다. 시각장애인축구경기는 음성 소통을 통한 팀플레이가 관건이다. 특히 상대편 골대 뒤에 가이드가, 경기장 중앙에는 감독이, 수비 지역에는 골키퍼가 각각 위치한다.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소리를 질러서 선수의 움직임을 돕는다. 동료 선수끼리도 끊임없이 음성으로 소통한다. 진정한 의미의 '토털사커'다.

놀랍게도 시각장애인축구경기에선 부상 선수가 거의 없다. 시각장애인축구에서 모두가 규칙을 지키기 때문이다. 누구 하나가 규칙을 어기는 순간 판은 깨진다. 새삼 소통과 규칙 준수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문득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시각장애인축구경기를 한번 관람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각장애인축구에서처럼 국가 간 무역에서도 소통과 규칙이 중요하다는 점을 되새겨주고 싶어서다.

현재 미국 정부는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무역확장법 232조' 행정명령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상대방의 발목을 묶어놓고 축구경기를 하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 세계 무역의 판을 깨는 일이다.

벌써부터 유럽연합(EU)과 중국은 보복관세를 천명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관세폭탄'에 반대한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사임이 궤를 같이한다.

미국발 관세폭탄이 세계 무역전쟁으로 발전할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은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의 제재가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으로 확대될 경우 5년간 최소 68억1000만달러의 손실과 4만5000개의 일자리손실이 우려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아쉽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경제단체는 경제단체대로 따로 노는 인상이 짙다. EU와 중국, 일본이 총력전을 벌이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우리는 지금 '핵폭탄'과 '관세폭탄'이라는 두 개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국내적으로 정부는 청와대를 컨트롤타워로 삼아 민관을 아우르는 범국가적 역량과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야 한다. 미국에 고위급 경제특사단이라도 보내야 한다.
국외적으론 처지가 비슷한 다른 나라와 공동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상황이 엄중하다.
축구에서 수비실책 하나는 바로 골로 연결될 수 있어 전원 수비, 전원 공격의 '토털사커'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

양형욱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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