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공화당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캘리포니아주)은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이 대화를 원한다는 것은 트럼프 정부가시행한 제재들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뜻이다"고 적었다. 같은 공화당에서 대북 강경파로 유명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주)도 같은 날 트위터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수많은 토의 이후, 나는 북한과 그들의 핵 공격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태도가 수십 년 만에 이 위협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최상의 희망을 가져다줬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1999년 5월에 빌 클린턴 정부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이는 서로 욕설이나 주고받던 북한과의 외교에서 대단한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후보 시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국에 온다면 "같이 햄버거를 먹으며 협상하겠다"고 여유를 부렸으나 취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지난해 7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화성-14호'를 시험 발사하자 다음 달 북한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같은 해 9월 유엔 총회에서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르며 북한 정권이 자살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북한 노동신문은 3개월 뒤에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늙다리', '전쟁 미치광이' 등으로 불렀다. 김 위원장 역시 그를 '깡패' 등으로 부르며 직접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김 위원장이 핵버튼을 언급하며 미국을 위협하자 자신에게는 더 큰 핵버튼이 있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련의 대결 구도를 감안할 때, 이번 회동 결정이 너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9일에 대북 특사단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전날 느닷없이 대북 특사단을 백악관으로 불렀다. 그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김 위원장과 만났던 이야기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당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고 싶어 했다는 정 실장의 말을 듣자마자 김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특사단에 직접 언론 브리핑을 해 달라고 요구했고 특사단은 한국에 전화를 걸어 문재인 대통령의 허락을 받은 뒤 밤중에 백악관 진입로에 나와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백악관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행동에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대북문제에 핵심적 역할을 해온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달 초 사임한 점을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가 대북제제나 군사공격 계획은 세웠지만 협상 계획은 거의 만든 것이 없다고 분석했다. 과거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을 지냈던 마이클 그린은 북한의 대화 요구에 대해 "대북제제를 약화시키고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실질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이며 이렇게 판단할 이유는 충분히 많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아시아담당 보좌관을 지낸 에반 메데이로스도 북미 정상회담이 김 위원장의 입지를 높이고 정당화시켜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는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고 김 위원장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가지고 놀더니 이제 트럼프 대통령을 가지고 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북미회동을 승인한 것은 북한문제에 주도권을 확실히 잡겠다는 다급한 의지가 드러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러시아 스캔들' 를 비롯한 각종 추문으로 곤혹을 치르는 상황에서 김정은 만남 카드를 국내정치 돌파구로 삼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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