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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입법, 2차피해 차단 주력..역고소 방지·해고 금지 등 다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1 14:45

수정 2018.03.11 14:45


미투 2차피해 차단을 위한 주요 개정안 발의 현황
개정안 의원 주요 내용
형법 민주당 진선미 의원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성폭력범죄 피해,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피해 사실적시 명예훼손 제외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민주당 유승희 의원 성폭력 피해사실 명예훼손죄 적용 제외
정보통신망법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 사실에 관한 명예훼손죄 처벌 규정 삭제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법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 성폭력피해자 해고 등 불이익 금지 규정 구체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우‘ 금지 규정 포함

권력형 성희롱 및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입법 움직임도 피해자들의 2차 피해 보호에 집중되고 있다.

사실을 밝혀도 명예훼손이 적용돼 미투를 폭로한 피해자들에 대한 역소송이 제기되고 있어 이같은 2차 피해를 막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정부에선 이같은 2차 피해를 막겠다는 방침이나 법적으로는 조치엔 신중하다. 이에 따라 국회에선 입법을 통해 적어도 성폭력 피해 사실에 대해선 명예훼손을 적용하지 않게 한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피해자가 해고를 당하거나 불이익을 받는 등의 또 다른 2차 피해에 대해 금지시키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법적 근거로 강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실제 입법화 과정에서 논쟁이 있을 것으로 보여 결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예외적용 추진
11일 국회에 따르면 사실관계를 밝혀도 명예훼손죄가 성립되는 법 조항을 뜯어고치기 위해 형법 개정안,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을 통한 2차 피해 차단이 추진되고 있다.

실제 현행법상 사실인 내용도 가해자에 대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어 이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백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피해자가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할 경우 기나긴 기간 재판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사실을 반복적으로 진술해야 해 2차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빈번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일명 미투 피해자보호법, 형법 개정안을 통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처벌 대상에서 자신의 성폭력 피해사실을 말하는 경우를 제외시켰다.

구체적으로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사실, 성폭력범죄 피해사실,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피해사실에 관한 경우를 제외토록 해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발을 원활하게 한다는 목적이다.

같은 당 유승희 의원도 성폭력 피해사실을 알리기 위해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죄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사실에 관한 명예훼손죄를 처벌하는 규정을 삭제하도록 했다.

정부도 미투 운동에 참여한 피해자가 폭로하는 내용에 대해선 죄가 되지 않는 쪽으로 법 해석을 적극적 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법적으로 사실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을 삭제할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당장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해자가 미투 운동 참여자의 과거 행실을 알리며 신상털기 방식으로 반격에 나설 경우 처벌할 방법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해고 등 불이익 방지 나서
성범죄 피해자들의 또 다른 2차 피해는 이를 폭로한 피해자들에 대해 소속 기업에서 해고 또는 불이익 조치를 취하는 경우다.

피해자들과 피해자 조력자들이 회사에서의 불이익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다 해도 회사가 이들을 제대로 대우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바른미래당은 성폭력 피해자 2차 피해 방지를 비롯해 재발방지를 위한 법안으로,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기관 등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여성가족부에 통보하고 성폭력 사건 재발방지 대책 마련 및 제출을 의무화하게 한 것이다.

특히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해고 등 불이익 금지 규정을 구체화하도록 했다.

피해자에 대해선 파면, 해임, 해고 등을 금지하고 징계, 정직, 감봉, 강등, 승진 제한 등도 금지했다.

직무를 부여하지 않거나 본인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도 금지하고 직무 재배치 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도 금지 대상이다.

평가 등에서의 차별이나 이에 따른 임금 또는 상여금 등의 차별 지급도 해선 안되고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도 일체 금지행위로 포함시켰다.

이같은 개정안을 놓고는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우'를 금지한다는 규정이 개정안에 포함되면서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인사가 영향을 받는 부작용도 크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당 관계자는 "피해자에 대한 해고와 승진 제한 금지까지는 어느정도 수긍이 가지만 직무 재배치 과정에서 본인이 원치 않은 인사조치도 금지한다면 기업의 인사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며 "법안 논의 과정에서 조정되겠지만 지금은 논쟁만 야기할 법안 보다 성범죄 사전예방 분위기를 조성할 법안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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