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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디딤돌대출 한도 대폭 축소... 은행 대출직원도 몰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0 16:07

수정 2018.03.20 16:07

#. 미혼 직장인 A씨(35세)는 1인 가구 디딤돌대출 한도가 2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대폭 축소된 데다 전용 60㎡ 이상은 아예 대출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에 밤잠을 설쳤다. 수도권 전용 84㎡ 아파트 매매계약을 앞두고 2%대의 대출금리를 예상했다가 3% 후반의 비싼 대출을 받게 됐다. A씨는 은행을 찾았다가 대출상담 직원조차 정책 변경 내용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더 충격을 받았다. A씨는 "고객이 직원에게 바뀐 제도를 설명하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서민의 내집마련이 걸린 일을 이렇게 급히 결정해도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1인 가구는 전용 60㎡ 이하에서만 사나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시행된 '주택도시기금 운용계획 변경안'에 따라 단독세대주는 디딤돌대출에서 제한을 받는다.


디딤돌대출은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대출상품으로 무주택자가 주택을 살 때 소득 규모에 따라 평균 2%대 중반에 돈을 빌릴 수 있는 제도다. 종전에는 만 30세 이상이면 대출한도와 주거면적 등이 단독세대주나 2인 이상 가구에 똑같이 적용됐다.

하지만 변경안은 1인 가구의 경우 기존 85㎡ 이하였던 주거면적 기준이 60㎡ 이하로 바뀌었다. 5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가능했던 것이 3억원 이하로 줄면서 최대 대출 한도금액이 2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문제는 바뀐 정책을 시중은행 대출담당자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수시로 바뀌는 대출 정책이 실수요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1인 가구에 비교적 낮은 금리의 대출을 금지함으로써 사실상 '싱글세'가 아니냐는 역차별 논란도 제기된다.

시중은행 대출담당인 B씨는 "상담 중에 규정을 찾아보고서야 관련 공문을 발견했다"면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지역별, 개인신용별 요건이 제각각인 데다 정책이 자주 바뀌니 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출한도 딱 맞춰 준비하던 실수요자 날벼락
1인 가구 역차별 정책이라는 지적에도 한 달 만에 대출금리는 바뀌었다. 더구나 기존에 분양을 받고 잔금날을 기다리던 사람들에게도 바뀐 제도가 적용되면서 1% 오른 대출금리를 감당하게 됐다.

지난해 10월 아파트를 계약한 C씨(34)는 "계약 당시 디딤돌대출 승인 조건이 돼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모두 지불한 상태에서 입주 때 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르려고 준비했다"면서 "기존 계약자는 원래 금리대로 해주는게 맞지 않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의 대출 축소 정책이 의도했던 '다주택자'보다는 서민·실수요자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결혼을 앞둔 D씨(29세)는 "지난해 8·2 대책으로 LTV·DTI가 다 묶인 상황에서 디딤돌대출만 보고 있었는데 꼼짝 없이 높은 금리의 대출을 받게 됐다"면서 "한도에 딱 맞게 돈을 모으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출한도를 축소하니 집 살 타이밍을 놓쳤다. 그 새 집값과 금리가 같이 오르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양지영R&C연구소 양지영 소장은 "대출금리가 오르면 서민과 중산층이 더 큰 타격을 받는다"면서 "디딤돌대출 축소는 1인 가구 증가, 취업 및 결혼 준비로 단독세대주로 사는 기간이 늘어나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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