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기본권 강화..한국사회의 지향점 높여
靑 "국민만 보고가겠다" 여소야대 정국 돌파 의지
靑 "국민만 보고가겠다" 여소야대 정국 돌파 의지
청와대가 20일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 6월 개헌안의 전문과 기본권의 핵심은 크게 헌법의 민주적 이념 강화, 진보적 가치 실현을 위한 기본권 확대와 국가의 적극적 역할 부여, 국민주권의 강화와 권력의 분산으로 요약된다. 지난 30년간 한국 사회의 '지향점'이었던 87년 헌법이 다시 한번 '높은 지향점'을 향해 수술대에 올려진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는 6월 개헌에 대한 자유한국당.민주평화당 등 야당의 반대에도 "국민만 보고 가겠다"며 현재의 여소야대 구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文대통령, 민주이념 계승 의지
헌법의 전문(前文)은 헌법이 지향하는 일국의 가치와 지향점을 압축적으로 상징한 것이다. 3·1운동과 4·19 혁명에 부당한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마항쟁(1979년), 5.18 광주민주화 운동(1980년), 6.10 민주항쟁(1987년)을 추가한 건 군부독재정권에 기반한 구정치 세력의 역사적 종언을 의미한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정통성과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말로는 헌법상 과거 군부독재와 산업화에 뿌리를 둔 구보수세력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말로 설명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짐은 물론 법적.제도적 공인이 이뤄진 4.19 혁명과 함께 부마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6.10항쟁의 민주이념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촛불혁명은 현재 역사적 평가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기본권의 진보적 가치 강화
이날 공개된 개헌안의 또 다른 특징은 기본권 강화다. 외국인 200만명 시대에 걸맞게 평등권.행복추구권 등 천부인권적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한 것이나 노동권의 강화, 알권리와 자기정보통제권을 신설한 건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이 '진보적 가치' 실현에 기반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노동권 강화가 눈에 띈다. 일제.군부독재 때 사용자 관점에서 만들어진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바꾼 것도 개념적.철학적으로 주목할 부분이다. 국가에 '동일노동·동일임금'이 실현되도록 적극적 의무를 부여한 것은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헌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국가의무 강화
생명권.안전권.정보기본권.주거권.건강권 신설은 국민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안전사회와 복지국가, 개인의 인권에 대한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록 선언적이지만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헌법에 천명하고, 국가의 재해예방 의무와 위험으로부터 보호 의무를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생명권 신설은 추후 사형제도 폐지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상징하는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 삭제와 임기 중인 국회의원을 국민이 파면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 국민이 직접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는 과도한 국가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주권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송석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본권 부분은 현행 법률에서도 마찬가지로 해석되는 내용"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고 야당도 설득 가능한 수준으로 개헌에 들어가야 하는 최소한의 내용이 포함됐다"고 분석했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자) 역시 "그동안 학계에서 논의된 사항이 상당히 반영됐다"며 고무적이라고 평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6월 개헌안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한병도 정무수석은 다음주부터 국회를 방문, 야당 지도부를 방문하는 등 야권에 대한 본격적인 설득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여소야대 구조로는 개헌안 처리가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하나,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말해 여론전으로 야권의 공세를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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