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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 사람]"친족 성폭력 경각심 필요"..김재원 서울해바라기센터 소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8 14:50

수정 2018.03.28 14:50

지난 23일 서울 종로의 서울대병원 서울해바라기센터에서 김재원 소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최용준 기자
지난 23일 서울 종로의 서울대병원 서울해바라기센터에서 김재원 소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최용준 기자

3세 남자 아이가 친부에게 성폭행 당했다. 2005년 김재원 서울해바라기센터 소장(46. 사진)이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근무할 때다. 젊은 소아정신과 의사였던 그는 아이 성폭행 피해를 증명하기 위해 아이 진술이 필요했다. 캠코더를 직접 설치한 뒤 아이와 한 달간 놀았다. 이미 사람에 대한 믿음이 무너진 아이의 입을 여는 것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친족성폭력 피해자는 자기가 믿고 따르는 가족에게 피해를 입은 것”이라며 “이로 인해 관계에 대한 기본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 피해자가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이다. 여성가족가부에서 주관하며 전국 37곳이 있다. 피해 발생시 365일 24시간 상담, 의료, 법률, 수사, 심리치료를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미성년,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전문기관 역할도 한다. 간호사, 경찰 등 전문인력이 대기한다. 서울해바라기센터는 2011년 최초 설치됐다. 지난해 1134명의 사례가 접수됐다. 김 소장은 2014년 2대 소장으로 취임했다.

김 소장이 주의하는 것은 친족성폭력 피해자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로 일하면서 미성년성폭력 피해자를 자주 본다. 그는 “지난해 상담 건수 중 친족성폭력은 10% 정도”라며 “이중 상당수가 친족 가해자”라고 전했다. 대검찰청 친족성폭력 범죄는 2016년 730건이다. 성폭력 범죄신고율은 10% 정도다. 숨겨진 범죄가 더 크다. 전문가들은 친족성폭력 가해자 절반은 친부이고 피해가 주로 미성년 때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김 소장은 친족성폭력이 쉽게 은폐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집안 사정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 유교적 분위기 때문이다. 친부가 가해자인 경우 가족 생계가 문제되기도 한다. 그는 “(피해자가) 신고를 위해 센터를 찾았다가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 딸에게 엄마가 가해자 아버지를 용서하라는 식으로 가족간 의견이 갈린다. 너만 입 다물면 된다는 생각이 작동한다”고 우려했다. 치료 역시 피해자 본인 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이 같이 참여해야 한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서울해바라기센터는 노르웨이 친족성폭력 피해자 전문센터를 방문했다. 친족, 장애인 등 피해자 유형에 따라 성폭력 특화센터로 나아가는 게 선진국 추세다.
그러나 한국 센터는 예산문제가 걸림돌이 된다. 센터에는 전문인력이 필요하지만 24시간 교대근무이고 올해 예산마저 동결돼 임금도 제자리다.
김 소장은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전문가, 전문기관이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만들어지긴 어렵다”며 “국가차원에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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