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 서초동 서울교육대학교 인근에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들어섰다. 벽면에 'upflo(업플로)'라고 적힌 5층 높이의 현대식 빌딩은, 30년이 넘은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문을 열었다. 이 건물이 주목을 받은 것은 단순히 외향 때문 만은 아니다. 업플로는 서초구에서 처음 인가를 받은 1호 '호스텔'이다. 호스텔은 일반적으로 여행객을 위한 저렴한 숙박업소를 뜻하지만, 업플로가 가진 의미는 조금 다르다.
오는 30일 업플로 오픈을 앞둔 이장호 유니언 플레이스 대표(사진)를 만났다. 자그마한 4인승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에 오르니 따뜻한 햇살을 받은 탁트인 공간이 펼쳐졌다. 업플로 이용객들의 공용 공간인 '업스퀘어'. 소통과 함께의 가치를 중시하는 이 대표의 철학이 담긴 곳이기도 하다.
"이 공간에서 업플로에 머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해요. 자신의 생각과 꿈을 나누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하기도 하죠."

업플로는 '호텔에 없는 S'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여기서 S는 소셜라이징(사교), 셰어링(공유)을 뜻한다. 나아가서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하며 지역 상권을 살리고, 도시를 자발적으로 재생하는 공유경제 의미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살고, 일하고, 머물고, 노는 것이 한 공간에서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지속 가능한 지역 상권이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공간들이 점차 늘어나고 국내인 뿐 아니라 외국인 까지 불러들일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도시 재생이 이루어질 수 있죠."
이 대표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와 뉴욕대학교 부동산금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5년간 KB부동산신탁과 농협은행 등을 거치며 국내외 부동산 개발과 투자에 관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17년 공간서비스 기업 '유니언 플레이스'를 세웠다. 업플로는 유니언 플레이스의 첫 프로젝트다.
업플로가 위치한 2호선 교대역 인근은 소위 강남스럽지 않은 동네다. 최대 번화가인 강남역과, 강남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서래마을 사이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낙후됐다. 이 대표는 이 사실에 주목했다.
"이 동네는 기숙학원과 고시촌, 고시텔이 밀집해있고, 30년 이상된 낡은 건물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지하철역과도 가깝고 강남역과 고속터미널, 남부터미널이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어요."
현재 업플로는 프리 오픈 상태지만 이미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장기 거주자들을 위한 공간은 이미 만실이 됐고, 게스트룸에도 외국인 여행객 두 사람이 머물고 있다.
업플로는 특히 청년 주거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한다. 고시원과 같은 가격으로 쾌적한 공간에서 살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 입소문을 탔다.
업스퀘어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씨(24)는 "업플로에 오기 전까지 고시원에 살다가 폐쇄공포증에 걸린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예전에 살던 고시원에서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는 옥상 흡연 공간 뿐이었어요. 업플로에 들어와서 외국인들을 만나고 대화하며 넓은 세상을 봤어요. 꿈같은 일이죠. 여기는 주거 문제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꿈도 키울 수 있는 인큐베이팅 공간이예요."
업플로 1층에 위치한 푸드코트 역시 청년들을 위한 테스트 베드로 활용된다. 입주 청년들에게 식음료(F&B) 창업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자신만의 카페, 레스토랑 등을 처음 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오는 9월에는 서울 당산동에 업플로 2호점이 문을 연다. 지상 9층 높이로, 1호점의 두배 크기다. 이 대표는 한강 조망이 가장 좋은 층에 다인실 호스텔을 만들 계획이다. 가장 저가의 공간을 가장 로열층에 배치하는 역발상 전략이다.
이 대표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들어설 2호점 1~2층을 청년 창업자를 위한 테스트베드로 제공할 계획"이라며 "업플로 2호점을 통해 청년들에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들의 목표는 유니언 플레이스의 점진적인 확장이다. 업플로를 통해 젊은층은 물론 외국인들이 자연스레 유입되면서 인근 지역이 되살아나는 효과다.
"교대역과 마찬가지로 당산역 인근도 금융 중심가인 여의도와 번화가인 홍대 사이에 있으면서도 개발이 덜 된 지역이예요. 업플로에 자극받은 인근 건물 소유주들의 문의도 늘고 있어요. 업플로와 같은 공간이 늘어나면 젊은 세대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도시는 자발적으로 되살아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죠. 그게 업플로의 도전이자 목표입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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