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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직원들 동원 박영선의원 책 구입..선거법 위반 가능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3 17:19

수정 2018.04.03 18:26

한국자산신탁, e메일 통해 "개인돈으로 사면 2만원 지급"
회장이 박영선 의원 동문
'제3자 기부제한' 위반 소지..朴측 "전혀 아는 바 없다"
한국자산신탁은 박영선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서적을 구매하면 도서구입비 명목으로 직원 개인계좌에 송금했다.
한국자산신탁은 박영선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서적을 구매하면 도서구입비 명목으로 직원 개인계좌에 송금했다.

부동산 신탁회사인 한국자산신탁이 직원들에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신간도서를 개인비용으로 구입하도록 하고 도서 구입 시 정가에 웃돈을 얹어 돌려준 것으로 밝혀져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자산신탁 측은 1인당 2권을 구입하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박 예비후보 측은 자산신탁 측의 직원 도서구입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인터넷 할인가 1만3500원인데 2만원 지급

3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한국자산신탁은 전 직원에게 박 예비후보의 신간 '박영선, 서울을 걷다'를 구매하라는 e메일을 보냈다. 해당 e메일은 박 예비후보의 책을 인터넷 할인가(1만3500원)에 구매하면 지난달 14일 내에 회사에서 2만원을 일괄적으로 급여계좌를 통해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도서 구입은 반드시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를 이용토록 하고, 배송지는 회사가 아닌 직원 거주지로 지정할 것을 주문했다.

같은달 16일에는 '추가 구입을 요청드립니다'는 내용으로 도서구매를 재차 독려하는 e메일이 발송됐다. 결국 임원 등을 제외한 150여명이 같은 책을 2권씩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박 후보는 같은달 23일 자신의 블로그에 '인터파크' 역사·문화 카테고리에 자신의 책이 월간 베스트셀러 1위를 달성했다고 홍보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도서 구매요청 e메일이 온 뒤 팀마다 일괄적으로 영수증을 걷었다"며 "명목상 요청이었지만 강매와 다름없었다"고 주장했다.

한국자산신탁은 2001년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자회사로 설립, 2010년 부동산개발회사인 MDM에 인수됐으며 2017년 매출 2200억여원, 임직원은 190여명이다. 문주현 MDM.한국자산신탁 회장은 경희대 회계학과 83학번으로, 박 예비후보(지리학과 78학번)와 동문이다.

한국자산신탁이 지난달 13일 직원들에게 박영선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박영선, 서울을 걷다' 책의 구입을 독려하는 이메일을 보냈다./사진=이진혁 기자
한국자산신탁이 지난달 13일 직원들에게 박영선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박영선, 서울을 걷다' 책의 구입을 독려하는 이메일을 보냈다./사진=이진혁 기자

■신탁사측 "오해 우려, 거주지 배송 요구"

법조계 관계자는 회사 차원의 구매요구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관리위원장 출신의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직원들이 자의에 의해 도서 구매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3자 기부행위제한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만약 책 판매권수를 늘려 홍보 수단으로 사용됐다면 역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직선거법115조(제3자의 기부행위제한)는 누구든지 선거와 관련돼 후보자나 후보자가 되려는 자를 위해 기부행위를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한국자산신탁 측은 직원 교육 차원에서 해당 도서를 구매했다고 해명했다. 도서 구매를 총괄한 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서울을 걷다'는 서울시의 도시 경쟁력과 관련된 책"이라며 "도시재생 관련 직원교육의 일환으로 책 구매를 추천, 600만원 상당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1인당 2권을 구매한 데 대해서는 "책의 내용이 좋아 고객에게도 나눠주라는 차원에서 조치한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넷 구매나 거주지 배송의 경우 '오해'를 덜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치인과 관련해 후원 등으로 문제가 많아 오해를 살 소지가 있었다"며 "특히 회장과 박 후보가 대학 동문이기 때문에 선의를 잘못 해석할 가능성도 높았다"고 설명했다.


박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문 회장과 (박 예비후보가) 대학 동문은 맞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해당 기업에서의 도서 구매건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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