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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플라스틱 과소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3 17:30

수정 2018.04.03 17:30

"석유는 악마의 배설물이다." 1960년대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을 지낸 페레스 알폰소가 남긴 말이다. 석유에만 기댄 채 미래를 대비하지 못하면 낭패를 볼 것이란 차원의 역설적 경고였다. 이후 우고 차베스 좌파 정권의 극단적 인기영합주의로 인해 국가부도 위기에 빠진 베네수엘라를 보고 그의 혜안에 놀랐다. 현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도 살인적 인플레이션 등 '석유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으니….

요즘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면서 알폰소의 명언(?)을 새삼 곱씹어보게 된다.
석유의 부산물인 비닐과 플라스틱이 애물단지처럼 아파트 단지마다 잔뜩 쌓이고 있는 현장을 지켜보면서다. 전 세계 재활용 폐기물 50%를 넘게 수입해 발전용 등으로 쓰던 중국이 지난해 7월 쓰레기 수입과 결별을 선언했다. 올 1월부터 폐비닐 등 24종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자국 환경보호를 위한 결단이었다.

비닐이나 플라스틱(미국에선 플라스틱으로 통칭)은 원유를 정제할 때 파생되는 화학제품이다. 박테리아도 쉽게 분해할 수 없어 매립 처리도 어렵고, 소각 시에도 매연과 미세먼지를 내뿜는다. 이론상 다시 석유로 환원할 순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해 경제성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웃 일본은 중국이 지난해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를 선언하자 발 빠르게 대응했다. 동남아로 수출국을 다변화하면서다. 쓰레기 대란으로 곪아터질 때까지 넋 놓고 있던 우리 환경당국보다는 낫지만, 이 또한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플라스틱제는 요긴하지만, 용도가 끝나면 '악마의 배설물'인 양 처리가 매우 어려워서다.

한국 사회의 플라스틱 과소비는 그래서 심각하다. 화장품 용기나 전자제품 등에 플라스틱이 약방의 감초처럼 쓰이는 건 그렇다 치자. 온라인 구매나 택배가 보편화하면서 생필품들을 비닐과 스티로폼 등으로 뒤덮는 과대포장 세태가 더 큰 문제다.
이 합성수지에 대한 획기적 처리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소비를 줄이는 게 답이다. 김영삼정부 때인 1995년 세계 최초로 쓰레기종량제를 전국적으로 도입해 일반 쓰레기를 확 줄였다.
플라스틱 재활용품도 별도의 종량제 봉투에 담아 수거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면 어떨까 싶다.

kby777@naver.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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