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대학원 교수
그러나 이번 사태의 본질은 페이스북·카카오·라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글’이다. 집주인이 설계해 놓은 구조에 따라 인테리어를 할 수 밖에 없듯이(안방에 화장실을 만들 수는 없지 않는가) 운영체계(OS)의 주체인 구글과 애플이 허락하지 않는 한, 페이스북·카카오·라인등 앱 개발사가 통화나 문자 내역 같은 정보를 열람할 수 없다.
구글의 안드로이드OS 4.0버전까지는 주소록 접근 권한을 획득한 앱이 통화목록까지 접근하도록 OS권한이 설정돼 있었다. 반면 애플은 앱 개발사가 해당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애플의 iOS에서는 페이스북의 통화 내역 수집 논란이 제기되지 않았다.
결국 아이폰 사용자의 개인정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유출되지 않았으나, 삼성 갤럭시폰 사용자의 개인정보는 유출된 것이다. 만약 이로 인해 갤럭시폰 사용자들이 아이폰으로 기기변경을 한다면 제조사(삼성)에 미치는 불이익은 막대할 것이다.
구글이 주소록과 통화내역 접근권을 분리한 안드로이드OS 4.1버전 이후 네이버와 카카오는 통화내역 접근을 사용자에게 요구하거나 보유하지 않았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여전히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위해 사용자의 통화내역과 문자 메시지 정보 등을 수집,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규제당국이 조사의 칼날을 어디로 향해야 할지는 자명하다. 특히 우리 규제당국은 구글·애플의 내국민 개인정보 유출·오남용 사태 조사과저에서 체면을 구긴 쓴 경험을 가지고 있어 당국의 행보에 더 관심이 쏠린다.
구글이 내국민 개인정보를 무단수집했던 ‘스트리트뷰’ 사건 당시 검찰은 구글 본사 직원을 소환했으나 구글 본사가 거부하면서 조사가 중단됐고, 결국 2012년 2월 기소 중지로 사건이 종결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구글에 시정 조치 명령만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가, 미국과 유럽에서 같은 사안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자 재조사를 시작해 2억123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애플은 지난 2011년 위치정보법 위반으로 300만원의 과징금 등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그 재제수위가 국내 기업에 대한 제재에 크게 못미쳐 이른바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었었다.
그런데도 구글은 또다시 지난해 11월 안드로이드폰 사용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채 무단으로 사용자 위치정보를 구글 서버로 자동 전송해 현행법 위반이 명백히 드러난 바 있다.
사용자들은 안드로이드OS 스마트폰을 구입해 사용하는 순간 구글에게 대부분의 개인정보 권한을 일임하게 된다. 더욱이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 될수록 구글의 안드로이드OS를 통해 수집되는 개인정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될 것이다. 그러나 구글이 OS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은 많지 않다. 개발사들 역시 구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규제당국의 혜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소도둑은 멀쩡히 활보하는데 바늘도둑만 단속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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