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선수로는 환갑이나 다름없는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투어 정상의 선수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어서다. 2004년 KLPGA투어에 데뷔해 올해로 14년째를 보내면서 통산 4승째를 거두고 있는 김보경(32·요진건설)이다. 우승만 놓고 보면 결코 화려한 커리어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애 총상금액은 24억1360여만원으로 전체 4위다. 그만큼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 김보경이 5일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제주 골프클럽(파72·6220야드)에서 열리는 KLPGA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총상금 6억원)에 출전했다. 통산 275번째 출전 대회로 KLPGA투어 최다 출전이다. 올 시즌 27개 대회 일정이 남아 있어 25개 대회만 출전한다면 꿈의 기록인 300회 출전을 달성하게 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300회 출전은 거뜬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것을 의식해서일까, 그가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선수는 55세의 나이에도 현역 활동을 하고 있는 로라 데이비스(영국)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김보경이 단순히 출전을 위한 출전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많은 대회서 우승 경쟁을 펼치곤 한다. 이번 대회서도 마찬가지다. 오전조로 경기를 펼친 김보경은 보기는 1개로 줄이고 버디 6개를 잡아 5언더파 67타를 쳐 선두권이다. 그는 "전반에는 바람이 불지 않았는데 후반 들어 몇 개홀에서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그 고비를 넘긴 것이 좋은 스코어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첫날 선전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대회 코스와의 찰떡궁합이다. 김보경은 같은 코스에서 열린 2013년 롯데칸타타, 2015년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4승 중 절반을 이 코스에서 거둔 것. 그는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유독 이 코스만 서면 각오를 더욱 다지게 된다"고 말한다. 오랜 투어 경험에서 나온 깨달음, 즉 '욕심내지 말자'도 성적에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동갑내기인 홍란(32·삼천리)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서 활동중인 지은희(32·한화큐셀)의 우승도 자극제가 됐다. 홍란은 지난 3월 브루나이에서 열렸던 브루나이여자오픈에서 8년만에, 지은희는 LPGA투어 KIA클래식에서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김보경은 "점점 자신감이 떨어져 가는 시점에 친구들이 우승하므로써 '몸관리만 잘하면 우승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우승을 향한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김보경은 14년간 투어 생활을 하면서 기권은 단 두 차례 밖에 없다. 그 중 작년 OK저축은행 박세리인비테이셔널은 부상이 이유였다. 그는 1라운드 때 갈비뼈에 금이 간 것을 모르고 2라운드를 치르다 도중에 경기를 포기했다. 김보경은 "갈비뼈가 부러진 줄도 모르고 라운드를 했다가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렸다"며 "그 이후 약 1개월간 대회에 출전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보경에게는 또 하나의 진기한 기록이 있다. 대부분 선수들이 겨울이면 따뜻한 해외로 전지훈련을 앞다퉈 떠난 것과 달리 단 한 차례도 해외서 전지훈련을 해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겨울에 부산에서 두 차례 라운드를 하고 베트남 대회에 출전했는데 볼을 맞추기가 힘들 정도였다"며 "그래서 내년부터는 해외로 동계 전지훈련을 나가볼까 생각중이다"고 말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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