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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사람] 허건태 김해공예협회장 "김해 대표하는 '가야 기마상' 세우고파"

오성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08 17:05

수정 2018.04.08 17:05

김해 대성동고분서 출토된 가야시대 부적 '파형동기' 현대적 재해석해 상품화 추진
가야유적 활용 관광상품 제작.. 지역 문화.경제 활성화 한 몫
[이슈&사람] 허건태 김해공예협회장 "김해 대표하는 '가야 기마상' 세우고파"

【 김해=오성택 기자】 "가야왕도 김해를 대표하는 제대로 된 관광 상품이 없다는 사실이 공예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경남도 공예협회 이사이자 김해시 공예협회를 이끌고 있는 허건태(52.사진) 회장은 금관가야 김수로왕의 왕후인 허황옥의 직계 후손으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허 회장은 김해시 서상동 김수로 왕릉 옆에 귀금속점을 운영하면서 길 건너 골목에 금속공예 작품을 만드는 공방인 '전통귀금속 공예연구소'를 따로 두고 있다.

공방에는 그가 각종 공예품 대회에 출품했던 작품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은으로 만들고 금으로 도금한 술병과 술잔으로 구성된 작품인 '가야인의 풍류'가 가장 먼저 손님을 맞는다.

그는 김해 대성동고분에서 출토된 가야의 '파형동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형상물의 관광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파형동기는 가야를 상징하는 태양문(太陽紋)의 일종으로 하늘에 던져 기운을 북돋우는 역할을 하던 가야시대 부적과도 같은 물건이다. 가야무사들이 전쟁터에 나갈 때 사용하던 방패에 새겨 안전과 용기를 기원하던 문양이다.


허 회장은 은을 녹여 태양문양으로 형상화한 파형동기와 여기에 금으로 도금한 파형동기 등 두 종류의 파형동기를 제작한다. 가야의 유적이 2000년 뒤 남성들의 넥타이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념품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허 회장은 파형동기뿐만 아니라 김해에서 생산되는 장군차를 찻잔에 접목시킨 '장군차를 품은 매화'와 여성들의 절개와 정절을 상징하던 '은장도' 등 다양한 가야유적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의 작품에는 파형동기 문양을 비롯해 구름문과 고사리문, 파도문 등 다양한 가야 문양이 새겨져 있다.

허 회장은 파형동기와 찻잔(장군차를 품은 매화)으로 지난 2005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공예부문 특선에 이어 2010년 경남도 전국관광상품공모전 대상, 2011년 김해시 공예대전 금상을 차지했다.

허 회장은 "가야 유적을 활용한 관광 상품 제작은 지역 공예인들도 살리고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 관광산업을 활성화 할 수 있는 1석2조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허 회장의 야심찬 가야유적 관광 상품화는 일부 기득세력의 반발로 인해 국립김해박물관과 김해시청에 전시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공예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이 묻히고 있는 것이다.

그가 전통금속공예를 처음 접한 것은 농고 졸업 후 곧바로 입대한 군에서 제대한 직후였다. 대학 대신 귀금속 다루는 기술을 배웠다.

귀금속 매장을 개업한 뒤 귀금속 관련 전문 과정들을 수료하고, 보석감정사.보석판매사 등의 자격을 취득하며 공부를 계속했다.

허 회장은 앞으로 이루어야 할 목표가 두가지 있다고 한다. 하나는 김해의 상징물을 제작하는 것이다. 그는 오래 전부터 김해시에 시를 대표하는 상징물 제작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분성산 성벽에 가야시대 기마상을 세우는 것이 목표다.

시내는 물론, 김해를 지나가는 남해고속도로 이용자들이 한눈에 기마상을 확인할 수 있어 김해를 각인시키기에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또 하나는 '최고의 장인'(匠人) 신청과 후진을 양성하는 것이다. 자신이 최고의 장인이 돼서 금속공예 기술을 인정받아 후배들을 이끌어나갈 계획이다.


공예에 입문해 작품을 만들기까지 최소 3년 이상 시간과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고 한다. 또 장비구입 비용도 많이 들고 도심에서 장소 구하기도 만만찮아 일반인들이 중도에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허 회장은 "공예는 상업이 아니라 사명감으로 도전해야 한다"며 "공예를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 어렵게 익힌 기술의 맥이 끊기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ost@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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