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생란 가격 내렸는데, 가공란은 되레 오르네?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0 16:57

수정 2018.04.10 16:57

계란 한판 평균 소매가 4072원 1년전 7479원에 비해 급락
편의점서 판매하는 가공란 한 알에 1000원 육박
업체 "가공란엔 물류비 등 원부자재 가격 포함 된다"
# 10일 서울 동작구의 한 마트에서는 계란 30구 한 판이 28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유정란이나 동물복지 달걀 등 프리미엄란은 4000~5000원대. 일반란 한 판에 1만원에 육박하던 약 1년 전과 비교하면 70%이상 내렸다.이 곳에서 장을 보던 최정순씨(53)는 "얼마 전 편의점에서 산 훈제란은 한 개에 1000원꼴이던데 생란이 이렇게 싼줄 몰랐다"며 "생란가격은 내렸는데 가공란 제품은 왜이리 비싼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최근 산란계 급증으로 계란이 과잉공급되면서 올들어 일반계란 가격이 급락세다. 이런 가운데 훈제 계란등 가공란 제품은 요지부동이거나 되레 오르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산란계 증가로 계란값 급락세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계란(특란) 한 판(30알 기준) 평균 소매가는 4072원이다. 평년가격(5907원)과 1년 전(7479원)에 비해 크게 내렸다. 같은날 대형마트에서도 계란 한 판은 대란 기준 3990원, 특란은 4290원이다.


이처럼 계란가격이 급락하는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양계농가에서 기르는 산란계(알 낳는 닭) 수가 급증하면서 공급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전국을 덮친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전체 산란계의 36%인 2517만마리가 살처분됐다. 동시에 계란값이 폭등하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선 양계농가에서 산란계 병아리 입식을 경쟁적으로 확대했다. 실제 국내 산란계 수는 지난해 4.4분기 기준 7271만마리로 같은해 1.4분기(5160만8000마리) 대비 40.9%(2110만2000마리)나 증가했다. 이례적으로 AI 피해가 거의 없었던 2010년(6169만1000마리)과 비교해도 17.9%(1101만9000마리)가 늘었다.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숫자다.

■계란값 급락에도 가공란은 요지부동

일반 생란값이 급락세를 보이는 데도 가공란 가격은 요지부동이다.지난해 초 AI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삶은계란과 맥반석 계란 등 익힌 계란을 포함한 '가공란' 가격도 덩달아 뛴 채 생란 가격이 급락한 지금도 오른 가격 그대로 유지되거나 되레 오르고 있다. CU에서 판매되는 '행복 훈제달걀(2알 입)'은 기존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올랐고 세양 구운란 2입은 1400원에서 1800원으로 뛰었다. GS25는 가공란 제품인 '감동란(2알입)'이 1600원에서 1900원으로 인상했다. 가공란 한 알이 1000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학생 이한솔씨(24)는 "계란값이 많이 내렸는 데도 빵값이나 구운계란 등 가격은 그대로"라며 "계란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가격을 슬쩍 올려놓고 가격이 내렸는 데도 모른체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제조 및 유통업체는 최저임금 및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그 요인이라고 항변한다. 삶은계란의 일종인 감동란을 제조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가격을 내리려고 노력하지만 그 사이 최저임금, 물류비, 원부자재 가격이 전부 조금씩 올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편의점업체 관계자는 "제조업체에서 가격을 올리니 유통업체는 그에 맞춰 팔 수 밖에 없다"면서 "가공란의 원가에서 생란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생란가격이 내렸다고 가공란 가격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