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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견제 위해 꺼냈는데… 美, TPP재가입 곳곳 복병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5 17:31

수정 2018.04.15 21:01

美재가입땐 추가 개정 따른 기존협상 불발 가능성 상존
회원국 비우호적 입장보여.. 의회 비준통과도 난망
중국 견제 위해 꺼냈는데… 美, TPP재가입 곳곳 복병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재가입은 실효성 있는 일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인 재가입 검토를 지시했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CNN머니가 13일(이하 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탈퇴 당시와 마찬가지로 미국에 훨씬 더 유리한 조건이 제시돼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반면 미국을 제외한 11개국은 이미 지난달 TPP를 체결해 길고 지루한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설사 재협상이 시작된다고 해도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11월 중간 선거 이전에 의회에서 재협상이 표결에 부쳐질만큼 속도가 붙기는 불가능하고, 중간선거 뒤 민주당이 의회를 차지하면 시장개방에 부정적인 민주당이 재협상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 "미 입지 좁아졌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 호기있게 걷어찬 TPP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 배경으로 중국과 무역전쟁을 꼽고 있다. 개리 콘 당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비롯한 주변 참모들 대부분이 TPP를 지렛대 삼아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개선할 수 있다고 트럼프를 만류했지만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잠정 합의에 이르렀던 협상안보다 미국에 훨씬 더 유리해야 TPP에 잔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탈퇴해버렸다.

외교관계위원회(CFR) 선임 연구위원 에드워드 앨든은 트럼프가 이제 재협상 가능성을 타진토록 12일 참모들에게 지시했지만 이미 11개국은 진전을 이룬터라 성사 가능성은 어렵다고 봤다. 앨든은 "지난해 1월 집권 초기 트럼프 행정부가 TPP 재협상을 밀어붙였다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 미국의 위치는 훨씬 더 취약한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가 일본 등 11개국을 강하게 압박해 만들어낸 지적재산권 보호 등과 같은 미국에 유리한 상당수 이슈들이 지난달 체결된 TPP에서는 빠졌고, 이를 되살리는 것만도 11개국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싱가포르 아시아교역센터(ATC)의 데보라 엘름스 전무는 미국의 시장개방이 확대되면 11개국이 이를 받아들일지도 모르겠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따른 추가 개정을 요구하면 협상은 불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엘름스 전무는 미국을 포함한 12개국인 "5년의 길고 고통스런 협상을 했지만 결국 미국에 버림받았다"면서 "그리고 나서 나머지 11개국이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정안을 1년 더 고심한 끝에 만들어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미국의 새로운 요구를 검토할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제시한 미국에 훨씬 더 유리한 조건은 커녕 이전 조건으로도 협상이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11개국 "환영은 하지만 재협상은 어려울 것"

11개국 TPP를 주도한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은 트럼프의 제안에 원칙적인 환영을 나타냈지만 미국이 원하는 바를 얻기는 어려울 것임을 확실히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환영한다면서도 "협정 가운데 일부를 따로 떼어내 재협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도 "미국이 정말로 재가입을 원한다면 지루한 협상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면서 "이는 그저 기존 협상안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스티븐 치오보 호주 통상장관 역시 미국의 재가입 타진을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최우선 순위는 지난달 체결된 11개국 TPP가 각국의 비준을 거쳐 발효되는 것이라면서 "상당한 정도의 재협상 유인이 없다"고 잘랐다.

엘름스는 지난한 재협상을 뚫고 재가입을 성사시키는 가능한 옵션으로 미국이 일단 기존 협약을 수용하고, 특정 항목, 가령 일본과 자동차 시장 문제 등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1대1 협상을 하는 것이지만 이 역시 현실성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미국과 1대1 재협상에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11개국 누구도 트럼프 행정부와 1대1 협상에 의욕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 의회 비준도 복병

이같은 난관을 뚫고 트럼프 행정부가 어렵사리 TPP 재협상을 시작한다고 해도 정작 미국 의회의 비준을 통과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우선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다. 의회 통과를 확실하게 하려면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는 지금 재협상안이 나와서 의회 표결에 부쳐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재협상안이 나오기란 불가능하다.


11월 중간 선거에서 지금의 표심처럼 민주당이 공화당을 누르고 의회를 차지하게 되면 비준은 사실상 물건너가게 된다.

민주당의 오바마 전 대통령조차 여당인 민주당이 아닌 야당인 공화당의 지지를 바탕으로 TPP 협상에 나섰을 정도로 민주당은 무역협상에 부정적이다.
앨든은 "11월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트럼프가 TPP에 서명할 수 있다 해도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말그대로 제로"라면서 "미국의 TPP 가입 기회는 이제 물 건너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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