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남해판 '마지막 잎새' 벽화거리 조성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6 15:05

수정 2018.04.16 16:14

극장 간판 전문 화가였던 남편, 생전 부인 위해 담벼락에 벽화 남겨
남해군, 청년일자리사업과 연계해 마을 전체 벽화거리 조성하기로 
 
경남 남해군이 노 부부의 애틋한 사연이 담긴 죽산마을에 청년일자리사업과 연계해 벽화거리로 조성하는 ‘청년, 도시를 채색하다’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사진=남해군
경남 남해군이 노 부부의 애틋한 사연이 담긴 죽산마을에 청년일자리사업과 연계해 벽화거리로 조성하는 ‘청년, 도시를 채색하다’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사진=남해군
【남해=오성택 기자】 경남 남해의 작은 마을에 거주하던 노 부부의 애틋한 사연이 담긴 벽화를 지역 젊은이들이 보존하자며 팔을 걷어붙여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16일 남해군에 따르면 3년 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김동표씨가 생전 부인을 위해 담벼락에 그린 벽화가 오래돼 바래지고 벗겨졌다는 소식에 지역 청년들이 붓을 들었다.

젊은 시절 읍내 극장의 간판을 전문적으로 그리던 화가였던 김씨는 극장이 문을 닫자 페인트공으로 전업해 생계를 이어가면서 부인(강순옥·71)과 함께 두 딸을 키웠다.

14년 전 간경화 진단을 받은 김씨는 부인과 두 딸을 위해 7년 전부터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가 살던 집 앞 골목은 좁고 후미진 긴 골목이라 항상 어두침침해 학생들의 탈선장소로 이용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매일 침침한 골목을 드나들 부인이 벽화를 통해 밝고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림을 그렸다.

벽화는 처음 알록달록 국방무늬에서 어느 순간 물고기들이 해엄치는 바다 속 풍경과 날마다 꽃이 피어나는 희망나무로 바뀌었다.

부인 강순옥씨는 “할아버지 병이 악화되는 바람에 벽화를 완성하는데 수년이 걸렸다”면서 “아프다가도 잠시 기력을 차릴 때면 붓을 들고 나와 벽화를 그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소식을 접한 남해군은 죽산마을 회나무 일대 담벼락을 청년일자리사업과 연계해 벽화거리로 조성하는 ‘청년, 도시를 채색하다’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를 떠올리게 하는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벽화의 낡은 부분을 덧칠로 보수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기로 한 것이다.

또 골목 전체를 벽화거리로 확대해 할머니가 항상 밝은 마음으로 골목길을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침체된 골목 상권을 살려보자는 아이디어도 내놨다.


남해군 관계자는 “테마가 있는 이곳을 특화시켜 도시재생 효과와 함께 청년들이 희망을 갖고 창업해 성공할 수 있는 청년희망의 장소로 탈바꿈 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ost@fnnews.com 오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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