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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인천-제주 카페리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17 17:00

수정 2018.04.17 17:00

기억에 남는 카페리 여행이 있다. 20여년 전 여름, 전남 보길도 여행이다. 당시 유행하던 소형차를 타고 서울에서 출발해 해남 땅끝마을 선착장까지 갔다. 그곳에서 보길도까지는 카페리로 1시간 거리다. 배에 차를 싣고 간 첫 섬 여행이라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카페리는 사람과 자동차를 함께 실어나르는 배를 말한다. 연안이나 부근 섬을 주로 다닌다. 카페리는 짐을 싣고 내리는데 바퀴를 이용하기 때문에 로로(roll on-roll off의 약어)선으로도 불린다.
로로선의 장점은 신속한 선적과 하역에 있다.

최초의 로로선은 1833년 스코틀랜드의 기차 페리였다. 기차를 통째로 배에 실어 운하를 건넌 것이다. 1차대전 때는 트럭, 탱크, 대포 등 다양한 화물을 이 방식으로 운반했다. 2차대전 때는 로로 화물선이 처음 도버해협을 건넜다. 196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자동차를 실어나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잔잔한 강이나 운하에 적합한 로로선이 험한 바다에 나가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뱃머리나 배꼬리가 열리게 설계한 탓에 한번 물이 들어오면 순식간에 가라앉기 때문이다. 4년 전 세월호 참사처럼 대형 카페리가 등장하면서 덩달아 사고 발생 시 인명피해도 커졌다.

우리나라의 교통 인프라 중 가장 열악한 게 해상교통이다. 한 번이라도 섬에 가본 적이 있다면 여객선이 얼마나 낡고 녹슬었는지 안다. 전국 108개 항로를 운항하는 연안 여객선은 모두 167척. 이들 여객선은 모두 해외에서 들여온 헌 배다. 이 가운데 선령 20년을 넘긴 '늙은 배'가 46척이다. 2016년 국내 연안 여객선 이용객은 1542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섬사람은 370만명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섬을 찾은 관광객이다.

이르면 5월 인천~제주 간 카페리 운항이 재개될 전망이다. 세월호 참사로 중단된 지 4년 만이다.
그동안 여객선 운항은 끊어지고 화물선 1척만 주 3회 오가면서 인천항은 목포, 부산 등지로 손님을 대부분 빼앗겼다. 인천 해양수산청이 고객 안전을 위해 낡은 배보다는 새로 배를 짓거나 2만t 이상의 큰 배를 확보할 방침이라니 다행이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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