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동물병원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단체장 출마자는 물론이고 기초단체장 후보, 심지어 이 나라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의원들까지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을 언급한다"며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이라지만 '동물병원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발언까지 나올 정도로 잘못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회 측은 정치권의 공약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동물의료의 현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동물병원 진료비 논란은 지난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수가제를 폐지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수의사들은 표준수가제 폐지를 반대했다. 수가제가 폐지되면서 동물병원 진료비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됐고 다양한 진료비가 존재한다.
협회 측은 이에 대해 "일부 정치인들이 언급하는 '동물병원 진료비는 비싸다', '고가의 동물병원' 등의 이야기는 일부에 국한된 이야기다"라며 "오히려 많은 동물병원이 동물보호자 유치를 위해 과도한 가격경쟁을 하여 저렴한 진료비를 제공하며 이는 전체 동물병원 경영 악화로도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물병원이 진료비를 통일하는 것은 사실상 불법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한 지역수의사회에서 예방 접종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가 담합행위로 고발되어 3000만 원의 과징금을 낸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동물병원 진료비는 OECD 국가 중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 일본, 중국, 대만, 태국, 싱가포르보다 우리나라의 동물병원 진료비 부담이 적기 때문에, 해당 국가 교민들은 동물 진료 및 조제를 받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기도 한다.
아울러 한국동불병원협회는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므로 유기동물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5년에 서울시에서 발생한 유기동물 3666마리를 조사한 결과, 5년령 이하의 동물이 65%를 차지했고, 건강이 양호한 동물이 92%에 달했다. 늙고 병든 동물이 버려진다는 선입견과 달리 어리고 건강한 동물이 버려진다는 것이다.
협회 측은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서 동물이 버려진다는 사회적 통념은 잘못됐으며, 일부 보호자의 충동적인 입양과 동물 행동에 대한 교육 부재가 유기동물 발생의 근본 원인임을 알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오히려 현재 동물 진료 항목은 표준화돼있지 않아 표준질병 진단코드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깊은 고민 없이 ‘동물병원 진료비 수가제’ 공약이 발표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게 협희 측의 입장이다.
협회 측은 "현실성이 없는 공약보다는 유기동물 문제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 동물보호자들의 진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보험 활성화 등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국내외 동물의료 환경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과학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수의사·정치권·정부의 공동 협의체 구성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전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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