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한국GM 노사 잠정합의]경영정상화 첫발… 신차배정·자금지원 본게임 남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3 17:28

수정 2018.04.23 21:10

한국GM 법정관리 피했지만 3조원 차입금 출자전환 등 정부-GM본사 협상이 관건
협력사들은 안도의 한숨
[한국GM 노사 잠정합의]경영정상화 첫발… 신차배정·자금지원 본게임 남았다

한국GM 노사가 23일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극적으로 타결하면서 한국GM이 고전 끝에 경영정상화 작업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로 촉발된 '한국GM 사태'가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제시했던 자금지원의 전제조건이 충족되면서 한고비는 넘겼지만, 이젠 한국GM의 생사는 우리 정부와 미국 GM 본사의 막판 협상 결과에 따라 갈리게 됐다.

■한국GM, 급한불은 껐지만…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노사 합의에 따라 GM 본사는 즉시 산업은행 등 정부 측과 신차 배정, 자금지원 등에 대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노사 합의로 우선 한국GM은 당면한 유동성 위기라는 급한 불은 끄게 됐다.
한국GM은 이번 주에 최소 9000억원 정도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협력사에 지급해야 할 자금만 3000억원에 달하고, 지난 2017년도 성과급 미지급분 720억원과 일반직 직원 급여 500억원, 희망퇴직자 2600명에 대한 위로금 지급이 줄줄이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GM 본사는 지난 20일을 당초 노사 자구안 합의의 '데드라인'으로 제시, "비용절감 방안에 대해 한국GM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노조의 자구 노력 없이는 추가 자금 투입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당장의 위기는 이번 협상으로 피했지만 최근 4년간 3조원의 누적적자를 기록 중인 한국GM은 GM 본사와 산업은행의 자금지원 없이 자력으로 경영정상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본게임은 한국 정부와 GM 본사 간 협상

이미 우리 정부와 한국GM은 이미 앞서 가진 수차례 만남에서 '한국GM 살리기'에 대한 의지를 확인한 상태다. 문제는 지원방식이다. GM은 산은에 5000억원 신규 투입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요청한 반면, 산은은 '동일한 방식 자금지원' 입장을 보이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앞서 GM 본사는 임단협 노사 합의를 전제로 한국GM의 본사 전체 차입금 27억달러(약 3조원)를 출자전환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더해 GM 본사는 부평.창원 공장에 신차 2종을 배정하고 28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단,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보유지분(17.02%)만큼인 5000억원의 유상증자 참여를 요구했다.

이 같은 GM 본사의 제안에 산업은행은 GM 본사가 출자전환과 동시에 최소 20대 1의 차등감자를 해달라고 제안했다. GM 본사가 약속한 기존 차입금 27억달러(약 3조원)를 출자전환하게 되면 산은 지분율은 17%에서 1% 아래로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요 경영사안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비토권을 지키기 위해 지분율 15%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산은은 신규 자금지원 조건으로 차등감자를 요구했지만 GM은 이를 공식 거부했다.

차등감자를 두고 GM과 산은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13일 산은을 방문해 추가 자금(뉴머니) 지원과 관련, "우리는 한국GM에 대출로, 산업은행은 투자 방식으로 하자"는 추가 제안을 했지만, 산은은 "대주주의 경영책임 측면에서 동일한 조건의 지원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자금지원 조건으로 제시했던 노사 합의가 가까스로 이뤄졌지만, GM과 정부의 자금지원 없이는 한국GM의 법정관리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이 같은 이유에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도 이날 노사 협의 직후 "노사교섭 타결을 통해 GM과 산업은행 등 주요 주주 및 정부로부터 지원을 확보하고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협력사, 안도의 한숨

이날 한국GM 노사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우선 협력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 한국GM의 본격적인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정부와 GM 간 협상이라는 또 다른 과제가 남아있어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한국GM이 무너질 경우 부평공장 인력의 정리해고와 함께 남동공단 협력업체 연쇄부도 사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GM의 1차 협력사 301개에 속한 근로자만 9만3000명에 달한다. 그중 한국GM에만 납품하는 전속 협력사는 86개, 해당 근로자는 1만1000명이다. 한국GM이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협력사들은 물량 감소, 대금지급 지연 등으로 경영위기에 빠진다.
특히 법정관리 과정에서 청산이 결정되면 하루아침에 한국GM과 협력사 인력 15만6000명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정부가 한국GM 위기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도 결국 일자리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은 전.후방 연관 산업에 파급효과가 엄청난데 한국GM이 법정관리로 가면 협력사도 연쇄적으로 위기에 빠질 수 있고, 한국 자동차산업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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