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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새마을호 퇴역

염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1 17:00

수정 2018.05.01 17:00

추억과 낭만을 즐기려면 기차여행만 한 것이 없다. 느릿느릿 기어가는 열차에 몸을 실으면 차창 밖으로 정감 어린 풍경이 펼쳐지고, 추억 속으로 여행이 시작된다. 그런 여행을 하기 딱 좋은 노선이 장항선이다. 충남 천안에서 전북 익산까지 서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우리나라에 몇 안 남은 비전철 단선 노선이다. 새마을호 1160호 열차가 지난 4월 30일 밤 장항선에서 추억 속으로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익산~용산역 간 야간운행을 끝으로 49년간의 긴 임무를 마치고 퇴역했다.

새마을호가 처음 운행을 시작한 것은 1969년이다. 당시는 경제개발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모든 방면에서 산업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던 시기다.
1세대 새마을호는 당초에는 '관광호'란 이름으로 개통됐다. 이후 성능과 서비스를 개선하면서 1974년부터 새마을호로 명칭이 바뀌었다. 2세대 새마을호는 당시로선 꿈의 속도인 시속 150㎞로 달렸다. 넓은 좌석과 식당차까지 딸린 호화열차였다. 6시간 가까이 걸리던 서울~부산 간을 4시간10분 만에 주파했다. 누구나 타보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새마을호의 영화는 30년이나 지속됐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다. 2004년 KTX가 등장하면서 새마을호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동안은 그런대로 인기를 누렸다. 좌석이 넓고 앞뒤 좌석 간 간격도 충분해 등받이와 다리받침대 등이 편리했다. 객차 내부 편의성만 따지면 새마을호 일반실이 KTX 특실보다 낫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최고 300㎞를 오르내리는 KTX의 빠른 속도에는 배겨낼 재간이 없었다. 새마을호는 승객이 줄면서 주요 노선에서 밀려나 점차 모습을 감췄다. 최근에는 다른 노선이 모두 폐지되고 단선에다 통행량이 적은 용산~익산 간 장항선만 운행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제는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새마을호 열차는 사라져도 이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2014년에 국내 기술로 개발된 최신형 전동열차 ITX-새마을호가 그 이름을 물려받았다. 최고 시속 180㎞인 이 열차는 이름만 이어받았을 뿐 외관과 좌석 등 설계 개념이 기존 새마을호와는 전혀 다르다.
새마을호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애호가들에게 이름이라도 남아 있다는 것이 작은 위안이 됐으면 싶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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