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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4·27]文대통령 "주한미군, 평화협정과 무관"…문정인 특보에 경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2 17:24

수정 2018.05.02 21:11

문 특보, 美 외교지에 기고 "주둔 정당화 어려워" 주장
靑, 이례적으로 즉각 반박..美의 불필요한 오해 차단
임종석 실장, 문특보에 전화 "혼선 빚어지지 않게 해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을 국빈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을 국빈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평화협정 체결 시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문제"라며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직접 진화에 나섰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문 특보에게 주한미군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이런 입장을 전달하며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사실상 '구두경고'를 했다. 청와대가 문 특보에게 경고조치를 내린 건 지난해 6월 한·미 연합훈련 축소 발언 때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文대통령 북·미 회담 악영향 우려…직접 해명

논란이 된 부분은 문 특보가 지난달 30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의 길'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평화협정이 서명되면 더 이상 주한미군 주둔이 정당화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문 특보의 주한미군 발언을 겨냥, 직접 입장을 내놓은 건 그간 문 특보의 돌출행동을 '학자적 소신'이라고 선을 그어왔던 점을 미뤄 볼 때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초 이날 오전 6시30분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문 특보의 주장에 대해 "문 특보는 대통령특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교수"라며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정치적 상상력의 도움을 받기 위해 특보로 임명한 것이지 그 말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정도로 대응했다.

청와대는 표면적으론 문 특보의 '학자적 소신'을 강조했지만 이때부터 오전 8시10분께 열리는 임 실장 주재 현안점검회의와 문 대통령과 참모진의 티타임 자리에선 이번 사태를 위중하게 보고, 긴박하게 상황을 정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목되는 대목은 임 실장이 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을 전달한 뒤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한 것이다. 사실상의 경고다. 문 특보는 지난해 6월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 청와대로부터 한 차례 경고를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당시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 내부에서) 미국의 입장과 다른 것이 아닌가. 또 미국에 하지 않는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것 때문에 민감하게 다루는 것은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양한 의견청취 통로로서 문 특보의 역할을 강조했다.

■북·미 대화 앞두고 혼선차단 주력

청와대의 문 특보에 대한 대응 기조가 달라진 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자칫하면 미국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불필요한 혼선이 빚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사흘 뒤인 지난달 30일 후속 과제로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채널 가동을 주문할 정도로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선 미국과 신뢰 구축이 관건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 문 특보의 주한미군 철수론은 평소 문 대통령의 지론과도 다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주둔 문제에 대해 "대북억지력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 외교교사에 대한 두 번의 경고장이 사실상의 경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까지 문 대통령 인사 스타일상 경질이나 사임요구는 아닐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선 북.미 정상회담에 집중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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