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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 입찰 왜 안돼?" 뿔난 울산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03 16:40

수정 2018.05.03 16:40

현대重 군함 입찰제재 논란
울산동구 "경제파탄 직전"
市, 입찰참가제한 유예 건의
【 울산=최수상 기자】 지난 1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필리핀이 의뢰한 전투함의 착수식이 열렸다. 이 전투함은 거친 해상 조건에서도 우수한 작전 성능과 생존성을 갖도록 설계된 다목적 전투함이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은 다른 국가의 군함은 만들어도 우리나라 해군의 군함은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공공발주 입찰 제한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5일 정부의 조선산업 발전전략이 발표됐지만 울산이 오히려 화가 난 이유다.

■ "현대중공업 군함 입찰제재 속사정"

3일 울산시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조선사 일감 확보를 위해 2019년까지 2년 동안 5조5000억원을 들여 군함 20척 이상, 순찰선 등 17척 등 약 40척 가량의 공공선박 발주를 추진한다. 군함 수주자격이 있는 국내 조선사는 현대중공업,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강남조선 등 5개사다. STX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 말 특수선사업팀이 폐지됐고, 한진중공업과 강남조선은 중소형 선박에 집중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대우조선해양에게만 물량이 집중될 것이라는 게 울산시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의 수주난으로 지역경제가 파탄직전에 몰린 울산 동구 주민들은 정부는 물론 이를 기회로 구조조정에만 몰두한다며 현대중공업까지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현대중공업이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크다. 현대중공업은 UAE원전부품 납품관련 뇌물사건으로 지난 2017년 1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2년 동안 공공발주 입찰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일렉트릭 분야로, 이미 현대중공업과 분리됐다"며 납품 비리와 무관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소송으로 이어졌으나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기각돼 제재는 확정됐다.

■ "입찰제한 유예 VS 자유한국당 대리 수주전"

그러나 실직사태와 경제난에 직면한 울산 동구에서는 협력업체와 상인, 주민들이 중심이 돼 입찰 참가 제한을 유예해 일자리를 보장해달라고 호소하며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에는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이 "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은 국민혈세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라고 비난했다가 거제시민과 대우노조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는 등 지역갈등까지 빚기도 했다. 한국당 울산시당은 현재 10만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울산시도 지난 2일 현대중공업 입찰참가 제한 대응대책 긴급회의를 열고 정부에 입찰참가제한 유예를 건의키로 결정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진 현대중공업의 희망퇴직이 입찰제한 유예를 관철시키기 위한 모종의 여론몰이용 수단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측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일축했다. 연간 70조 원에 이르는 전체 수주물량 대부분 외국에서 발주되고 이번 공공발주로 얻을수 있는 이익은 고작 약 1조원을 웃돌 정도로 미미하기 때문에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현재의 모양새는 원전납품 비리사건의 당사자인 현대중공업을 대신해 자유한국당이 대리 수주전에 뛰어든 꼴"이라며 "중공업은 대국민사과와 재발방지약속, 구조조정 중단선언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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