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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독점 승인 무기한 연기
유증 성공해 재무상태 개선.. 반도체 사업부 상장 등 검토
도시바가 메모리 사업 매각 철회를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증 성공해 재무상태 개선.. 반도체 사업부 상장 등 검토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는 최근 메모리 사업 매각 철회를 심각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국의 반독점 승인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도시바 내부에선 반도체 사업 매각을 접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표면 상으로는 중국이 발목을 잡았다. 중국 당국의 반독점 승인 건이 도시바가 이번 계약 철회를 고려하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애초 중국 당국의 1차 심사 시한인 3월 말과 2차 심사 시한인 4월 말도 이미 지나갔다. 중국은 이달 말까지 도시바 메모리 매각 건을 들여다보지만 승인 여부는 요원하다. 5월부터는 계약 자체를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이 도시바 측에 생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도시바가 매각을 진행할 지 결정하는 것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이번 계약을 반드시 성사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최 회장은 중국 반독점 당국인 상무부의 천더밍 전 부장(장관)을 지난 4일 베이징에서 만났다. 도시바 측과 계약을 조율할 때는 여러차례 직접 일본을 다녀왔다.
하지만 도시바의 상황은 반도체 사업 매각을 결정한 지난해 9월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을 시장에 내놓은 이유는 자금이 급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시바는 미국 원전사업 실패로 자본잠식에다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다. 급한 대로 알짜 사업인 반도체를 팔아 자금 수혈을 시도했다.
도시바는 지난해 말 50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해 재무 상태가 개선됐다. 그러자 주주들이 반도체 사업 매각 반대 의견을 냈다. 도시바의 주주이자 채권자인 다이이치 생명 지주의 세이지 이나가키 대표는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 매각을 바라지는 않는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한미일 연합이 제시한 매각 금액이 너무 낮다면서 그보다 반도체 사업부를 상장하면 더 많은 이익을 낼 것이라는 대안도 나오고 있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부 매각을 거의 포기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도시바 고위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진전이 없고, 진행 중이던 계획도 끝났다"고 말했다.
한편 도시바는 지난해 9월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과 애플, 한국의 SK하이닉스, 일본의 산업혁신기구를 포함한 한미일 연합과 메모리 사업부를 2조엔(약 20조원)에 매각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마지막 절차인 중국 반독점 규제 당국의 승인이 연기되며 계약이 무산될 처지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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