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가연동국채에 대한 수요가 눈길을 끌고 있다.
채권 금리가 연중 고점으로 올라오면서 가격 메리트가 커졌음에도 이자율 시장 전반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물가채가 혼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물가채 18-5호 새 물건이 발생되면서 16-5호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장중 물가채가 변동폭을 키우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강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물가 16-5호의 경우 전일 장중 1.86% 수준에서 1.79%까지 내려서는 등 변동성을 나타냈다.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BEI)이 100bp를 넘어서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외국인과 유가흐름, 1월과 비슷한 물가채 분위기
최근 외국인의 물가채에 대한 수요도 다시 눈에 띄었다.
코스콤 CHECK단말기(3214)를 보면 외국인은 지난 금요일 물가 16-5호를 360억원 순매수했다. 이후 전날에도 16-5호를 106억원 사들였다.
전날 국고10년물 입찰을 통해 물가채 18-5호 선매출이 진행된 가운데 16-5호를 중심으로 한 물가채 움직임이 눈길을 끌었다.
외국인의 3거래일 연속 물가채 매수, 그리고 BEI가 2월 이후 처음 100bp를 돌파하려는 모습은 올해 초를 연상시켰다.
외국인은 1월 중순 물가16-5호를 1천억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물가채에 대한 관심을 끌어당긴 바 있다. 올해 연초만 해도 BEI가 65bp 수준을 보이는 등 물가채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후 가파르게 오르면서 90bp를 상향 돌파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당시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60달러 중반 수준으로 올라오는 등 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던 때였다.
최근 외국인의 사흘 연속 물가채 매수와 유가 상승 흐름 등도 올해 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전날 WTI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 공급과잉 소멸 발언 이후 26센트 상승한 70.96달러로 올랐다. 브렌트유는 1.11달러 오른 78.23달러를 기록했다. WTI-브렌트유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된 것도 특징이었다.
외국인이 물가채에 다시 관심을 가지면서 국내 투자자들 역시 이를 주시하고 있다. 일단 유가나 물가 상승세 등을 이와 연관시키는 모습들이 나타난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오늘 수입물가도 크게 오른 것으로 발표됐다. 유가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큰 상황이어서 물가채 매수세가 들어오는 것같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에 발표된 4월 수입물가 상승률은 전월비 1.2%, 전년비 4.1%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1~3월 전월비 수입물가 상승률은 0.7%, 0.7%, 0.5% 수준이었으나 4월엔 1% 넘는 급등세가 나타난 것이다. 전년비 상승률 역시 2월과 3월의 0.4%, 3.2%를 웃돌았다. 수입물가가 크게 오른 것은 유가 때문이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의 월평균 가격은 3월 배럴당 62.74달러에서 4월 68.27달러로 8.8% 상승했다.
■ 물가채 시장의 왝더독 vs 수급과 펀더멘털의 지지
물가채 가격을 놓고 논란과 의심은 많다. 특히 전날 물가 18-5호 선매출과 함께 이 물건을 이용해 전체 시장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는 시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적지 않았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사실 16-5호, 18-5호 등은 증권 프랍계정에서 머니퓰레이션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1월 BEI 급등 때와 지금이 다른 점은 유가수준 차이 정도"라며 "짧은 물가채는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측면이 있으나 긴 쪽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딜러는 "물가채 움직임은 왝더독(wag the dog)으로 봐야 한다. 사실 1월에도 단기 계정에서 2000~3000억원 가지고 5~6조원의 시장을 흔든 면이 있었다"면서 "18-5호가 막 1000억원 나왔는데, 이것을 가지고 어떤 레버리지 효과를 낼지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일 새물건 18-5호 발행금리가 16-5보다 0.5bp 높았지만, 전일 종가 기준으로는 3bp 낮아지는 등 변동성을 보였다. 일단 물량이 적은 데 따른 프리미엄으로 볼 수도 있다.
지난 3월 중순엔 BEI가 80~100bp 사이에서 급등락하면서 춤을 춘 적이 있다. 당시에도 물가채가 물가 수준이나 전망을 정확히 반영한다기 보다 수급이나 전략적인 이유로 움직이는 듯하다는 평가들이 나오곤 했다.
C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물가채는 이론 대로 움직이는 물건이 아니다"면서 "증권사 몇 군데에서 이를 움직여 보려 한다는 얘기 등이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D 증권사의 한 딜러도 "물가채는 특정세력이 수급을 가지고 움직여 보려 한다. 최근 움직임은 좀 오버였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 세력이 물가채 분위기를 주도하지만, 펀더멘털 역시 BEI의 100 상향 돌파 후 안착 등을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보인다.
예컨대 유가는 최근 공급 압력으로 가격이 오른 뒤 이젠 수요 압력으로 추가 상승을 보일 가능성이 있는 데다 물가채 15년 발행물부터 긴 쪽은 저평가 돼 있으니 앞으로 재평가를 받을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BEI가 어디까지 갈지 고민하는 모습도 보인다.
B 증권사 딜러는 "다음달 물가채가 얼마나 발행될지도 봐야 하는데, 향후 물가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BEI가 100을 넘어 계속 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채권시장이 약해져 물가채가 더 도드라질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물가 우려, 금리 인상 우려로 장기채 금리가 튈 때 BEI도 더 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무튼 물가채 지표물이 바뀌는 시기를 맡아 물가채의 투자 매력을 점검하는 모습도 보인다.
E 증권사의 딜러는 "항상 물가채 저평가 얘기는 나왔었다. 그리고 수급 때문에 매수하기 꺼려졌다"면서 "하지만 이제 지표물이 바뀌니 추가 발행에 대한 부담이 없고, 유가도 오르는 데다 외국인이 매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15-5와 16-5의 스프레드 움직임에 대한 학습효과도 있었기 때문에 최근 16-5에 대한 매수가 들어온 것으로 본다. 과거와 다른 점은 이번엔 물가채 수급 여건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좀 더 반영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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