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복지 공약 봇물.. 재원 대책없는 '희망고문'
6·13 지방선거에서도 어김없이 여야 후보들의 선심성 공약이 넘쳐나고 있다. 광역이나 기초자치단체장 가릴 것 없이 달콤한 복지공약과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약속을 쏟아내고 있다. 대부분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미심쩍은 인기영합성 공약으로 비친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나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 등으로 분산된 유권자의 시선을 끌기 위한 안간힘이라고 치더라도 도를 넘은 느낌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상시리즈' 복지공약은 더는 진보·좌파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다. 외려 여야나 이념 성향을 떠나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인상이다. 이를테면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2022년까지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 50%를 달성하겠다고 하자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가 셋째 자녀부터 대학 학비를 전액 지원하겠다는 공약으로 맞불을 놓는 식이다. 두 후보가 친 '장군'에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도 청년층 대상 제로금리 학자금제도 도입이라는 '멍군'을 부르지 않았나. 기초단체장 후보들이 내놓고 있는 산후조리비나 수학여행비 지원 등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공약들이 대부분 현실성 있는 재원조달 방안이 결여돼 있어 문제다.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52.5%에 불과했다. 이처럼 열악한 여건에서 무상복지 공약을 이행하려면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중앙정부도 무상급식 등 기존 복지재원을 감당하는 데도 역부족인 형편이라면 결국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자치단체 후보가 중앙정부 몫인 대형 SOC 건설 공약을 내놓고 있는 건 더 황당하다. 여당 부산시장 후보가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재공약한 게 대표적이다. 지자체 간 경계선을 넘은 고속화도로 건설이나 한반도 평화 무드에 편승한 남북경협 사업장 조성 등도 마찬가지 사례다.
아무리 달콤한 공약인들 실현 가능성이 없다면 주민들에겐 '희망고문'일 뿐이다. 영국의 한 경제학자는 '정치꾼은 선거를 먼저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했다. 당선에 눈이 멀어 미래세대에 세금고지서를 보내는 약속을 남발하지 말라는 함의다. 유권자의 분별력에만 의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선거 공약에 재원조달 방안을 반드시 명시하도록 페이고(pay-go) 원칙을 제도화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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