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폭염'이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여름 같았던 지난 24일 경기도 남양주의 한 식용견 농장에 방문했다. 농장은 나무가 우거진 산속에 있었지만 이곳에 있는 200여마리가 넘는 개들은 뜬장에 갇혀 한번도 땅을 밟아보지 못한 채 팔려가는 날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좁은 뜬장에 많게는 7~8여마리가 갇혀 사람을 향한 두려움과 혹시나 구해주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컹컹 짖어 댔다.
무더운 날 뜬장 사이로 빠지는 개들의 배설물과 썩은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코를 찔러 숨을 제대로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농장의 개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연명하고 있었다. 물은 거의 없었고 일부 찌그러진 그릇에는 물에 초록색 녹조가 껴서 썩어 있었다. 피부병에 걸린 개들은 한곳에 모아져 격리됐다. 털이 듬성듬성 빠져있는 개들은 가려운 피부를 긁기 위해 아무데나 몸을 비벼댔다.
최근 새끼 4마리를 낳은 어미 개도 있었다. 배 부분이 찢어져 상처가 훤히 들여다 보였으며 파리들은 상처에 몰려들었다. 젖을 먹고 자라야 하는 새끼들은 눈도 뜨지 못한 채 힘없이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 어미 개는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힘없이 숨만 헐떡이며 앉아있었다.
동물권단체 케어와 단체 홍보대사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오닐은 이날 일부 식용견 구조에 나섰다. 200여마리의 개들을 한꺼번에 구조할 수 없기에 병원 치료가 시급하고, 새끼가 있는 개들 위주로 구조에 착수했다. 용재 오닐은 말없이 개들을 바라보다가 "보호소에는 여러 번 방문했지만, 이런 식용견농장은 처음 와봤는데 정말 참혹하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힘없이 늘어져 있는 새끼 강아지를 품에 안고 한참을 서있기도 했다.
이날 구조에 성공한 개들은 총 12마리. 농장주는 일부 개들을 데려가는 대신 돈을 요구했다. 그리고 나머지 개들 모두를 데려가려면 큰돈을 줘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에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농장주와 한참을 대화하다가 이날 구조한 개들만 일부 대가를 지불하고 데려가는데 합의했다.
이날 케어의 도움으로 자유를 찾은 개들은 병원으로 이동해 각종 검사와 케어를 받는다. 사회화 과정을 거쳐 입양이 확정되면 가족을 만나 새롭게 살아갈 기회도 생긴다. 그러나 남은 100여마리의 개들은 여전히 농장에서 팔려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남겨진 개들을 뒤로 한채 농장을 떠나려 할 때 뜬장 속의 개들은 더욱 애처롭게 울부짖었다. 나도 구해달라는 간절함이 담긴 울부짖음은 아니었을까.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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