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초 평양 예술공연 '봄이 온다' 공연팀은 당일 김포공항으로 오라는 통보를 받고 김포공항으로 달려갔다. 분명 평양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그 누구도 평양 가는 비행표를 파는 곳을 알지 못했다. 공항 직원에게 물어봐도 "평양이요?"라고 반문할 뿐이었다. 그런데 그 때 '평양'이라고 써있는 카운터가 열렸다. 그 모습을 본 모든 사람들은 "아" 하는 탄식을 터트렸다. 이 행사는 그 장면을 모티브로 늦봄 문익환 탄생 100년을 기념해 기획됐다.
1989년 늦봄 문익환 목사는 그의 시 '잠꼬대 아닌 잠꼬대'에서 "이 땅에서 오늘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 온몸으로 분단을 거부하는 일이라고/휴전선은 없다고 소리치는 일이라고/ 서울역이나 부산, 광주역에 가서/ 평양 가는 기차표를 내놓으라고 주장하는 일이라고."라며 분단 극복의 상징으로 서울역에서 평양행 기차표를 받는 일을 상상했다.
그로부터 29년 이 흐른 뒤 판문점선언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가 높아진 시점에 평양행 열차표를 서울역 매표소에서 발권하는 역사적인 행사가 열린다. 사단법인 통일맞이(이사장 이해찬), 사단법인 희망래일(이사장 이철), 사단법인 평화철도(공동대표 정동영·권영길)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서울역에 마련된 특별매표소에서 평양행, 모스크바행, 베를린행, 파리행, 런던행 열차표를 발권하고, 발권 받은 참가자들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편성된 11량 정규 열차편으로 도라산역까지 이동하여 '늦봄이 오다'라는 주제의 문화제를 갖는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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