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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구매 후기에 울고 웃고.. '양날의 검' 바이럴 효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2 11:30

수정 2018.06.02 11:30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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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 온라인 화상영어 교육업체 대표 박씨는 유명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무료 체험을 실시하고 후기를 남기는 체험단 운영을 몇 해간 실시하고 있다. 그는 “백날 ‘이게 제일 좋아요’라고 광고해도 안 좋은 후기 하나 올라오면 꽝”이라며 “비슷비슷한 수준의 제품이나 서비스에선 후기가 좋은 걸 사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고객의 구매 후기나 리뷰 등이 업체의 흥망을 좌우할 만큼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소비자의 자발적인 후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구매 대란까지 가는 반면, 구매 후기로 포장된 그럴듯한 바이럴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구매를 하게 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시장조사업체 DMC미디어가 발표한 ‘2017 소비자의 구매의사결정과정별 이용채널 및 행동패턴의 이해’에 따르면 소비자의 절반 이상인 53.2%가 제품이나 서비스 소비경험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유 방법은 오프라인 공유가 39.1%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온라인 쇼핑몰 리뷰 및 후기 작성이 29.8%라고 응답했다.

소비자들이 후기를 챙겨보는 데에는 구매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서다. 자신보다 먼저 사용한 사람들의 경험을 빌어 제품의 평판을 조사하고 구매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쇼핑에서는 상품 및 판매자를 직접 보지 못하는 특성 때문에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앞선 구매자들의 상품평이나 구매 후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제품에 대한 과도한 정보도 후기에 매달리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제품 구매에 앞서 사양이나 가격 정보를 비교 분석하는 데 있어 피로감이 쌓인 나머지 앞서 경험한 소비자들이 분석한 내용이나 평가를 빌어 시간을 절약하는 것.

■ '양날의 검' 되는 구매 후기
최근 폐업을 고민했던 한 온라인 쇼핑몰은 한 네티즌의 구매 후기 덕에 주문 폭탄을 맞았다. 평범한 편백나무 방향제를 파는 1인 기업 ‘요맘때’는 한 네티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후기를 올리면서 주문이 쏟아졌다. 갑작스럽게 주문량이 폭주하자 쇼핑몰 대표는 입소문의 진원지를 알아 내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에 직접 찾아가 감사의 인사와 진행 사항을 적은 글을 여러 번 게재했다. 이후 하나의 미담 에피소드로 발전하면서 주문은 더욱 늘어났고 현재는 폐업은커녕 직원을 고용하기에 이르렀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올 초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이용하는 한 외식 업소는 후기 때문에 고객과 갈등을 빚었다. 고객은 해당 업소에 “리뷰가 좋길래 믿고 주문을 했는데… 차라리 라면을 끓여 먹는 게 좋은 뻔했다. 정말 돈이 아까워요”라며 부정적인 후기를 남겼다. 그런데 업소 주인은 도리어 주문자의 정보를 공개하면서 위협적인 댓글을 다는 등 논란에 불을 지폈다. 결국 배달의민족 측이 진화에 나섰고 업체는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이후 배달의민족은 허위 리뷰를 남기는 가맹 업소에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조작 의심 리뷰는 블라인드 처리하고, 경고 후에도 지속적으로 리뷰를 조작하는 가맹 업소는 계약을 해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특히 전문 조작 업체의 경우 형사고소 등 법적 조치도 마다하지 않을 방침이다. 또 고객 불편을 접수하는 핫라인을 개설해 고객의 불안감을 달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구매 정보가 되는 리뷰/사진=배달앱 배달의민족의 리뷰 화면 캡처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구매 정보가 되는 리뷰/사진=배달앱 배달의민족의 리뷰 화면 캡처
긍정적인 상품평과 비판적인 상품평을 동시에 보여주는 쿠팡/사진=쿠팡 화면 캡처
긍정적인 상품평과 비판적인 상품평을 동시에 보여주는 쿠팡/사진=쿠팡 화면 캡처

■ 후기 관리하는 온라인 쇼핑몰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가짜 리뷰’과 씨름 중이다. 지난 8일(현지 시각) 버즈피드 뉴스에 따르면 현재 아마존에는 2억 5천만 건의 가짜 리뷰가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의 가짜 리뷰의 특징은 내용과 제품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리뷰를 읽지 않고 오로지 리뷰의 개수나 별점을 보고 구매를 한다는 점을 노린 것. 이처럼 가짜 리뷰가 큰 골칫거리가 되자 아마존은 몇 해 전부터 가짜 리뷰를 걸러내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리뷰를 다는 사람들의 얼굴을 공개하는 강경책을 쓰고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은 구매 후기의 이점을 살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쿠팡은 상품의 단점도 볼 수 있는 솔직한 리뷰 시스템으로 상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높였다. 쿠팡의 상품평에는 ‘긍정 상품평 BEST’와 ‘비판 상품평 BEST’를 각각 상단에 올려 제품의 장단점을 오롯이 보여준다. 이 밖에 ‘‘리뷰어 신뢰도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며 인위적인 작성이 의심되는 상품평을 사전에 걸러내고 있다. 가령 여러 아이디로 동시다발적인 접속을 하는 경우나 반복적인 문구나 단어를 사용해 작성한 상품평 등 비정상적인 활동을 감지한다.

11번가는 상품 리뷰를 사용성·가격·디자인·크기·서비스·색상·품질 등 15개 구매 고려 항목으로 구분했다.
사후 AS가 중요한 고려 항목인 전자제품의 경우 고객지원 항목을 추가시키고, 식품에는 양 항목을 넣는 등 제품의 특성에 맞게끔 상품 리뷰를 세분화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고 구매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또 전체 리뷰 중에서 다른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상품평을 쓴 리뷰어를 추려 상단에 노출한 ‘랭킹 시스템’으로 리뷰를 관리하고 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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