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태형 감독(51)에게 주어진 임무는 리빌딩(Rebuilding)이었다. ‘화수분 야구’의 대명사 두산은 망가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2013년 삼성과 한국시리즈서 3승4패로 호각을 이루던 두산은 2014년 6위로 내려앉았다. 송일수 감독이 1년 만에 물러났다.
김태형 SK 배터리 코치가 두산 사령탑에 깜짝 발탁됐다. 두산 고위층의 유난한 포수 사랑. 2000년대 들어 김경문 감독(현 NC)에 이어 세 번째 포수 출신 사령탑이었다. 넷 가운데 세 명이 포수 출신. 하지만 말이 쉬워 리빌딩이지 김태형 감독의 앞날은 밝아 보이지 않았다.
투수진이 문제였다. 1년 전 10승을 거뒀던 노경은은 3승(15패)에 머물렀다. 외국인 투수 볼스태드(5승7패)는 별반 도움을 주지 못했다. 투수진을 새롭게 개조하지 않으면 두산은 물론 자신의 미래도 없었다. 초보 감독의 고심은 깊어갔다.
한용덕(53)은 맨 먼저 떠올린 인물이었다. 같은 팀에 있진 않았지만 비슷한 야구인생을 걸어온. 그라면 리빌딩의 난제를 함께 풀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한용덕은 한화에서 프런트로 근무하고 있었다. 선수는 물론 코치 시절까지 한화를 벗어나 본 적이 없다. 구단의 주선으로 막 LA 다저스 연수를 다녀왔다.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한용덕은 김응룡 감독시절(2012~2014년)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새롭게 출범한 김성근 체제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듯 보였다. 이른바 '김성근 사단'에 속하지 못했으니. 한용덕은 짐을 꾸려 한화라는 둥지를 떠났다. 그렇게 만들어진 김태형-한용덕 체제는 2015년과 2016년 연속해서 두산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한용덕은 2016년 수석 코치로 승격됐다. 그리고 지난해 말까지 3년간 두산 야구, 김태형 야구를 충분히 체감했다. 한화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만 보던 것과 다른 야구를 경험했다. 한용덕에게 이번엔 친정팀 한화가 손을 내밀었다. 2014년 말 SK에 있던 김태형에게 친정팀 두산이 손길을 보낸 것처럼.
신임 한화 감독에게 주어진 임무는 다름 아닌 리빌딩. 한화의 선발진은 망가져 있었다. 불펜은 부상과 과부하로 너덜너덜한 채 방치돼 있었다. 한용덕 감독은 송진우 투수코치(52)를 영입했다. 1년 후배지만 슈퍼스타 출신이어서 자칫 부담을 줄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무너진 투수 파트를 리빌딩하기엔 제격이었다.
한화는 4일 현재 4.43으로 팀 평균자책점 2위에 올라있다. 지난해는 5.28로 8위. 오간도와 바야누에바 등 몸값 비싼 외국인 투수들을 모두 내보내고 난 결과다. 한화는 4일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다. 그 힘의 원천은 투수력이다.
김태형 감독은 신일고를 졸업한 후 인천체전을 거쳐서 단국대를 졸업했다. 한용덕 감독은 북일고를 거쳐 동아대에 진학했으나 졸업을 하진 못했다. 이후 트럭 운전기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둘 다 야구 명문고를 다녔으나 화려하진 못했다.
하지만 밑바닥을 경험한 탓에 단단하다. 어지간한 외풍에는 흔들리지 않는다.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의 설움을 잘 이해한다. 스타선수들의 우쭐함에 쉽게 동조해 주지 않는다. 김태형과 한용덕은 서로를 인정한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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