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으로 본선 진출을 가려야 하는 US오픈 예선전이다. 오는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시네콕힐스GC에서 개막하는 US오픈 골프대회는 골프 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은 밟고 싶은 꿈의 무대다. 하지만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있지만 아무나 갈 수 없는 무대다. US오픈은 출전 선수 156명 가운데 절반가량은 세계랭킹과 역대 우승자, 다른 메이저대회나 특급 대회 우승자, 전년 대회 10위 이내 입상자 등으로 채운다. 나머지는 자격을 요건을 갖추지 못한 선수들이 예선을 거쳐 채우게 된다.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약 9000명이 예선전에 참여했다. 그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금세 알 수 있는 스타 플레이어들도 즐비하다. 그렇다고 이름대로 결과가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체면 불구하고 예선전에 참여했지만 종착역인 시네콕힐스로 가는 마지막 티켓을 손에 넣지 못하고 쓸쓸히 발길을 돌린 선수가 수두룩하다.
전 세계랭킹 1위인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와 디오픈 2연패에 빛나는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은 영국 서리의 월턴 히스GC에서 열린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상위 14명까지 US오픈 출전권을 주는 영국 지역 예선에서 해링턴은 공동 23위, 웨스트우드는 공동 39위에 그쳤다. 이로써 2007년부터 줄곧 US오픈에 개근했던 웨스트우드는 12년 연속 출전이 무산됐다. 웨스트우드는 2010년 타이거 우즈(미국)를 끌어내리고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선수다.
2004년 시네콕힐스에서 열렸던 US오픈에서 정상에 우뚝 섰던 레티프 구센(남아공)도 시네콕힐스에서 다시 한 번 영광을 재현해보겠다는 꿈을 접어야 했다. 세계랭킹이 372위까지 밀린 구센은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치러진 예선에서 컷트 라인에 3타나 모자란 성적을 내 14년만의 타이틀 탈환 꿈을 접었다.
역시 우즈를 제치고 한때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올랐던 '흑진주' 비제이 싱(피지)도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싱은 지금까지 US오픈에 18차례 출전, 7차례나 '톱10'에 입상했다. 2007년 US오픈 챔피언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는 텍사스주 리치먼드에서 열린 예선에 출전했지만 중간에 기권했다. US오픈 우승자는 10년 동안 본선 자동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카브레라는 작년으로 이 특혜가 만료됐다.
2009년 디오픈 챔피언 스튜어트 싱크(미국)도 오하이오주 예선에 출전했으나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PGA투어에서 4승을 올리고 라이더컵 2차례, 프레지던츠컵에도 한차례 출전한 J.B. 홈스(미국), PGA투어에서 3승을 거둔 J.J 헨리(미국), 그리고 2016년 US오픈에서 준우승했던 PGA투어 4승의 스콧 피어시(미국)도 고배를 마셨다.
이에 반해 본선 진출의 꿈을 이룬 스타 플레이어들도 있다. PGA투어 통산 12승에 작년 프레지던츠컵 미국팀 단장으로 활약한 스티브 스트리커(미국)는 멤피스에서 치러진 예선에서 공동 2위에 올라 당당히 시네콕힐스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스트리커는 지난해에도 US오픈에 특별 초청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뿌리치고 예선을 거쳐 출전한 바 있다. 전 세계랭킹 1위 아담 스콧(호주)과 2011년 PGA챔피언십 우승자 키건 브래들리(미국)는 오하이오주 예선을 당당히 통과했다.
역경을 이겨낸 화제의 주인공도 있다. 미국 4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하나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심판으로 활동중인 개릿 랭크(캐나다)다. 랭크는 미국 조지아주 로즈웰에서 열린 예선전에서 이틀 연속 1언더파 71타를 쳐 꿈의 본선행 진출에 성공했다. 어려서부터 골프와 아이스하키를 병행한 랭크는 2011년 고환암 진단을 받고 운동을 그만뒀다. 병세가 호전된 이후 다시 운동을 재개, 2012년 US 미드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실력파다.
한편 US오픈 최종 엔트리는 오는 11일자 세계랭킹 60위 이내에 진입하는 선수를 막차로 합류시키고 확정된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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