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원자력발전소(원전) 수출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주도하겠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그동안 한국전력공사 주도로 이뤄졌던 원전 수출 방식을 한수원 주도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아울러 원전 해체 기술을 구축해 앞으로 원전 컨설팅 등 소프트웨어로 돈 버는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수원의 미래상으로 미국 원전운영사인 엑셀론과 세계 최대 원전기업인 프랑스 EDF를 꼽았다.
정 사장은 지난 7일 울산에서 취임 후 첫 간담회를 갖고 "사우디 원전수출까지는 ‘팀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움직이며 대외창구를 한전으로 했지만, 앞으로 한수원이 주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우디의 경우에도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처럼 한전과 한수원이 공동사업자인데 약간 한전이 위에 있고 우리가 하도급 같은 그런 분위기는 싫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정 사장이 원전 수출 주도권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으로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5, 6호기가 사실상 마지막 원전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수원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 '원전 수출'를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정부 조직개편에서도 원전 분야에서 유리한 고지를 가져가려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그는 "한수원이 독자적인 수출 역량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능력을 갖고 있어 대부분 수출 전선 맨 앞에서 뛰어다닐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 사장은 수출 역량을 집중할 전략시장으로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필리핀을 꼽으며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겠다"며 "한수원이 해외 원전 수출 지도를 어떻게 그릴지 지켜봐 달라"고 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체코전력공사는 두코바니와 테멜린에 부지별로 1000MW(메가와트) 이상급의 원전 1~2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입찰제안요청서를 발급하고 내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한수원, 중국광핵집단(CGN), 러시아 로사톰, 프랑스 EDF, 프랑스·일본 컨소시엄 ATMEA,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 6개사가 2016년 예비입찰문서를 제출했으며 체코는 예비입찰문서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투자모델을 수립 중이다.
정 사장은 한수원을 원전기업이 아닌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게 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원전산업이 당장 다리가 끊겼다고 강을 못 건너는 것은 아니다"라며 "배로 건너고 그것도 안 되면 무등(목말) 타고 건너서 생명력만 유지하면 앞으로 충분히 보완할 길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취임한 정사장은 "에너지 전환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당부한 바 있다. 그는 "한수원이 과거에는 원전을 운영하면 소위 '앉아서 돈 놓고 돈 먹는 회사'였다면 (지금은) 외부에서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충격을 줘 거꾸로 자유로운 바다로 가서 먹을거리를 찾아야 하는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지금은 한수원이 원전건설 등 '하드웨어'로 돈을 버는 회사지만 앞으로 35년 경영 노하우를 빅데이터로 만들어 원전 컨설팅 등으로 돈을 버는 '소프트웨어'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게 우리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종합에너지 기업 도약을 위해 선도기업 벤치마킹 등 에너지 신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올 연말 새로운 포트폴리오의 윤곽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