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일 싱가포르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를 방문하고 "싱가포르의 훌륭한 지식과 경험들을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언급해 마리나베이샌즈 및 싱가포르의 정치·경제체제를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마리나베이샌즈는 카지노와 공연장, 호텔, 전망대, 최대 규모의 정원까지 이뤄져 있는 복합 엔터테인먼트의 집합체다. 김 위원장이 원산관광특구 개발에 주력하는 만큼 마리나베이샌즈의 구조와 관광사업을 벤치마킹해 원산을 '북한의 관광 랜드마크'로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한 김 위원장은 11일 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에서 야경을 감상하며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귀국(싱가포르)의 훌륭한 지식과 경험들을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전했다.
싱가포르는 정치적으로 사실상 독재 정권을 유지하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 성장에 성공한 이례적인 대표적 사례이다. 싱가포르는 국부로 추앙받는 리콴유가 1965년 초대 총리로 취임해 1990년 퇴임할 때까지 장기 집권하면서 독재에 가까운 권위적인 리더십으로 나라를 이끌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싱가포르를 동남아의 물류 및 금융 중심지로 키워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부국으로 만들었다. 싱가포르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올해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세계 10위 수준인 6만1766달러에 이른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독재'를 유지하면서도 '경제'를 일군 싱가포르 모델에 충분히 주목할 만 하다. 특히 리콴유의 아들인 리셴룽이 현 싱가포르 총리라는 점도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일종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다.
북한은 지난 2015년 리콴유 전 총리가 사망했을 때 박봉주 내각 총리가 발송한 조전에서 리콴유를 "인민의 친근한 벗"이라고 칭하며 애도의 뜻을 표할 정도로 과거부터 돈독한 외교관계를 수립해왔다.
싱가포르도 북한 비핵화가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원산 등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과 싱가포르투자청(GIC)은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의 귀재다. 전 세계 인프라의 '큰 손' 중 하나다. 굳이 김 위원장이 미국에 손벌릴 이유도 없다.
지난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본격화하면서 싱가포르와 북한과의 관계도 악화됐다. 싱가포르는 2016년 10월 1일부터 북한을 비자 면제 대상에서 제외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8일부터는 대북 교역을 전면 중단했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의 길을 걷고 지난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새 전략노선으로 채택한 '경제건설'에 매진한다면 두 나라 관계는 다시 급속도로 가까워질 여지가 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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