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파지 같이 줍자”고 했다가 맞고.. 매년 증가하는 노인학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14 13:44

수정 2018.06.14 13:44

14일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인학대 신고 접수 건수는 2012년 9340건에서 2016년 1만2009건으로 증가할 정도로 노인학대의 심각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14일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인학대 신고 접수 건수는 2012년 9340건에서 2016년 1만2009건으로 증가할 정도로 노인학대의 심각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1. 길거리에서 파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해 오던 김복성씨(가명.74). 김씨는 아들 수철씨(가명.54)에게 파지 줍는 일을 도와달라는 말을 건넸다가 잔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아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복성씨는 얼굴을 수차례 맞고 야구방망이로 머리까지 가격당하면서 골절 및 두부출혈 등을 입었다.
#2. 올해 3월 노모 정순자씨(가명.71)는 아들 이정수씨(가명.38)에게 술 좀 그만 먹으라고 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아들 이씨가 정씨 몸을 밀치고 한 손으로 목을 때리며 방문을 부순 것이다. 아버지 이희갑씨(가명.83)가 이를 꾸짖자 아들은 아버지에게 욕을 하고 주먹을 들어 때를 듯이 위협을 가했다.


■낮은 노인학대 신고율에도 신고건수 증가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노인학대는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인 학대는 노인에게 신체적·정서적·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노인복지법’에서는 노인학대의 종류와 처벌 규정을 명시하고 있고, 특히 노인 학대를 목격할 경우 반드시 신고해야 할 신고의무자 직군을 명시하며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이미 2007년에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1%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노인 학대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의 9.8%가 학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지난해 기준 700만명이 넘는 노인인구를 감안하면 매년 70만건에 가까운 노인학대가 발생한다고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노인학대 신고 접수 건수는 매년 1만여건에 머물 정도로 신고율이 매우 저조하다. 노인 학대에 피해를 입은 노인들이 이를 부끄러운 가정사로만 치부하거나 대부분의 가해자인 아들이나 배우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아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도 2012년 9340건이었던 노인학대 신고 접수 건수는 2016년 1만2009건에 이를 정도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노인학대 집중 신고기간 운영
이에 경찰은 이달 15일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같은 달 30일까지 ‘노인학대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UN(국제연합)에서는 매년 6월 15일을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로 지정했으며 우리나라도 이날을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정하고 있다.

경찰청은 노인학대가 더 이상 개인 또는 가정사가 아닌 사회적으로 심각한 범죄임을 널리 알리고 적극적인 관심과 신고를 유도해 사각지대에 방치된 학대피해 노인들을 보호하고자 노인학대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키로 했다.

경찰은 이번 집중신고기간을 통해 공공장소 현수막 게재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 등 온오프라인상 다각적 홍보로 노인학대에 대한 인식 개선과 신고방법 등을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계획이다.

상습적이고 고질적인 노인학대 사건은 엄정히 대응하고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와 지역사회 전문가들로 구성된 ‘통합솔루션회의’를 열어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에도 힘쓴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각 경찰서별로 배치된 학대예방경찰관(APO)으로 하여금 직접 노인관련시설을 방문해 노인학대의 심각성을 알리고 학대 여부를 자체적으로 진단해 신고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활동도 병행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집중신고기간에 국민 모두가 노인 학대의 심각성을 좀 더 생각하고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치안정책들을 더욱 더 발굴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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