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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Change] '나인 브릿지'로 북한 거쳐 대륙 연결… 지도위의 꿈 현실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20 17:12

수정 2018.06.20 20:54

한반도 新경제지도
중앙亞 관통 물류의 혁신..러 천연가스 육로로 수입.. 中·몽골 ‘에너지 링’ 구축
북극항로 개척 청사진
기존 항로 7000㎞나 단축.. 러 에너지 개발 등 적극적.. 쇄빙선 건조 등 협력 가속
[Big Change] '나인 브릿지'로 북한 거쳐 대륙 연결… 지도위의 꿈 현실로

[Big Change] '나인 브릿지'로 북한 거쳐 대륙 연결… 지도위의 꿈 현실로

【 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특별취재팀】 한국에서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가는 건설장비는 대부분 바닷길로 운송된다. 화물 선박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인도양을 지나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건넌다. 또 지중해를 지나 흑해로 간다. 거리만 약 2만㎞, 3개월 가까이 걸린다. 흑해에 도착한 화물선은 다시 러시아 남서부에 있는 돈강과 볼가강을 타고 카스피해로 와야 한다.
돈강과 볼가강은 1년에 절반은 얼어붙는다. 김 지사장은 "남북 경협이 현실화돼 한국 업체들이 환적 없이 시베리아횡단철도(TSR)나 중국횡단철도(TCR)를 이용하면 획기적으로 운송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독립국가연합(CIS) 국가 중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카자흐스탄도 남북 경협에 기대감이 크다. 자국이 '중앙아시아 물류 허브'로 성장할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몽골·중국·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내륙 교통의 중심지다. 루스탐 이사타예프 카자흐 인베스트 부사장은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하나인 중국횡단철도는 카자흐스탄을 가로지른다.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남한의 화물이 육로를 따라 카자흐스탄을 거쳐 유럽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신북방시장 열린다

신북방으로 뻗어가는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북한과 끊어진 육로와 바닷길을 잇고 남북, 동서로 물류를 연결하는 게 핵심이다. 이는 신북방경제를 상징하는 '나인브리지(9개의 다리)'와 같은 고리다. 나인브리지는 조선·항만·북극항로·가스·철도·전력·일자리·농업·수산 등 9대 협력을 뜻한다. 러시아·중국·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몽골 등 북방국가와 에너지·전력·교통·물류 네트워크를 연결해 거대한 '신북방 경제벨트'를 만든다는 그림이다. 이를 아우르는 북극항로도 여기에 포함된다.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북·중·러 접경지역 경제특구 개발을 비롯, 다양한 북방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다. 이를 위해 중국의 동북 3성 진흥전략,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도 연계시킬 계획이다.

아브라모프 알렉산드르 극동연방대학교 교수는 "한국의 지리적 위치는 아주 전략적이다. 글로벌 교역 인프라를 만드는 데 매우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는 것은 러시아 극동지역 발전에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신북방 경제는 '한반도 대동맥'의 대륙 확장이자 '연결'의 의미다. △러시아·중국·몽골과 남북한 전력망을 연결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러시아의 풍부한 천연가스를 남북한 육로로 연결하는 천연가스관(PNG) △남북철도(TKR)를 시베리아횡단철도, 중국횡단철도 등과 연결하는 프로젝트 등이다.

천연가스관(PNG) 연결 사업은 한국과 러시아가 적극적이다. 세계 2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인 한국이 천연가스를 한반도 대륙의 가스관으로 도입한다면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예로힌 알렉세이 어니스트앤영 극동 대표는 "PNG는 수입량에 따라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 지금의 천연가스 시장에서 보면 PNG가 LNG보다 효과적이다. 남북 화해가 지속되면 PNG는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동북아의 전력망을 연결하는 슈퍼그리드 사업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극동 아무르주에 있는 대형 수력발전소 2곳에서 생산한 전력을 한반도로 보내는 '에너지 브리지'를 구상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 동북부와 몽골의 풍력발전 등 신재생 전력망이 하나의 '에너지 링'으로 연결된다. 아브라모프 교수는 "러시아 극동, 중국 동북부의 에너지 시스템과 한국의 전력망이 연결되는 '에너지링'"이라며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기술적으로는 실현 가능하다"고 했다.

■'북극항로'를 뚫다

4·27 판문점선언,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남북 경협 준비에 한창이다.

대북 경제제재가 당장에 풀리지는 않겠지만 남북 경협 본격화에 대비한 재정확보 방안 등 실무작업에 착수했다. 정부가 그리는 신북방 로드맵은 남북을 하나의 시장경제권으로 묶는 것이다. 서울~베이징 고속철도 교통망을 만들고, 북한 나진·선봉항이 부산항과 이어지는 해상 네트워크도 구축된다. 이를 기초로 신북방 시장으로 뻗어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북극항로는 신북방경제를 상징한다. 에너지 자원 개발에 있어서 최적의 해상교역로이기 때문이다. 북극항로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아시아~유럽 항로를 7000㎞ 단축하는 최단 항로다. 이석배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는 "러시아에서 북극항로가 갖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북극항로가 새로운 항로를 열고 천연가스 자원 개발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항만·도로 등 낙후된 인프라 개발에도 큰 역할을 한다. 우리가 해운강국으로 다시 부상하려면 북극항로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극항로 개척은 우리 정부가 러시아에 협력을 제안한 대표적인 신북방사업이다. 한·러는 북극항로를 다니는 쇄빙선을 건조하고, 이를 발주하는 관계다.
이를 조선 및 북극해 에너지광구 개발 등으로 협력을 확장하는 것이다. 자하랸 가기크 연해주 부지사는 "블라디보스토크의 즈베즈다 조선소가 러시아 극동에서 최대 규모의 조선소로 확장될 것"이라며 "이전에 만들지 못한 선박도 만들 것이다.
한국 기업과 다양한 협력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skjung@fnnews.com 특별취재팀 정상균 팀장 이환주 한영준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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