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내무장관의 강경책 맞서 EU서 기존원칙 기대했지만 콘테 총리, 전면 개정 주장
난민문제 해결을 위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제안한 미니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번주 후반 EU 정상회의 전망이 불투명해졌을 뿐만 아니라 메르켈 총리의 연정 역시 위험해졌다.
24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등 EU 일부 정상들이 이날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 모여 미니 정상회의를 열었지만 어떤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다.
특히 이탈리아에 새로 들어선 포퓰리스트 정부는 EU의 난민관련 시스템을 전면개정하자는 안을 들고 나와 새로운 갈등을 유발했다.
연정에 참여한 내무장관의 강경 난민정책을 비난해 연정이 위기에 몰린 메르켈총리는 미니 정상회의를 통해 난민 문제와 관련한 돌파구를 기대했지만 상황만 악화시키게 됐다.
오는 28일 28개국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마련된 미니 정상회의는 '메르켈 구하기 정상회의'로 불렸다. 난민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연정 붕괴 위기에 몰린 메르켈 총리가 기존의 EU 난민정책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이를 통해 연정내 강경 반난민 세력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이번 미니 정상회의를 요청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회의에서 이른바 더블린 원칙으로 부르는 EU의 난민정책에 대한 '혁명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25년 된 더블린 원칙은 이탈리아처럼 EU 최일선에 있는 나라들이 난민 문제에 1차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난민이 이탈리아 등에 도착해 난민지위를 요구하고, 특정 EU 회원국으로 가겠다고 요청한 뒤 해당국에서 승인을 받지 못하면 최초 도착국인 이탈리아 등지로 재송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콘테 총리는 이같은 원칙이 불합리하다면서 혁신을 촉구했다. 더블린 원칙에 따르면 난민이 이탈리아 영토에 도착하면 이탈리아 당국만이 난민 신청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콘테 총리는 또 이탈리아 같은 EU 접경지대의 난민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EU 회원국들에 난민 신청절차가 진행되는 '보호소'를 설치할 것도 요구 했다. 프랑스와 스페인은 동의하고 있지만 네덜란드는 반대하는 방안이다.
메르켈 총리로서는 난감한 처지가 됐다.
메르켈은 난민 승인이 거부된 이들을 이들이 처음 도착한 이탈리아 같은 EU 회원국들로 되돌려보내는 지금의 더블린 원칙을 수일 안에 EU로부터 재확인받거나,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의 강경 난민 정책을 수용해야 연정을 꾸려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이날 미니정상회의에서 새로운 갈등을 몰고 온 터라 연정 붕괴 위험은 가중됐다.
28일 EU 전체 정상회의에서는 특히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 등 난민에 강경한 나라들까지 참가하기 때문에 미니정상회의를 통해 이들을 압박하려던 전략도 물거품이 된 상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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