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노동위 '부당해고' 꿈쩍 안하는 옥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3 17:17

수정 2018.07.03 17:28

옥시 "중노위에 재심신청".. 노동위 "명령이행 먼저"
이행강제금 상한액 높여 실질적 구제책 되게 해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고 여파로 지난해 직원을 무더기 해고한 옥시레킷벤키저(옥시RB)가 노동당국으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근로자 복직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옥시RB측은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노동위 판정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노동위 부당해고 판정에도 복직 불가?

3일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옥시RB는 지난해 11월 30일 전북 익산 공장 직원 36명을 해고했다가 지난달 지방노동위로부터 부당해고구제 명령을 받았다.

<본지 6월 11일자 24면 참조>

옥시RB는 해고자 복직 등 노동위의 구제명령 시점이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재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옥시RB 관계자는 "(원직복직과 월급 지급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 복직 자리가 없는 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회사는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판단이기 때문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노동위 관계자는 "재심 신청과 별개로 구제명령을 이행 해야한다"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했다. 노동위는 지난달 12일 부당해고 판정 문건에서 "회사가 직원들에게 행한 해고는 부당해고임을 인정한다"며 "회사는 직원들을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옥시 측에 명령했다. 이 명령은 판정문을 받고서 30일 내에 이행해야 한다.

명령 이행 시점이 다가오자 해고자들은 옥시RB측이 노동위의 명령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형구 옥시RB노동조합 위원장은 "회사는 복직이나 임금 지급 등 책임은 지지 않고 재심을 통해 싸움을 길게 끌고 있다"며 "가습기 실균제 문제도 책임을 회피하다가 결국 사태가 커졌는데도 바뀌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은 노동위 판정 후 회사에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회사는 해태에 공장을 매각할 당시 재취업을 하는 데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직원들을) 고용승계 해준다면 해고자 36명 중 16명은 퇴직하겠다는 조건을 걸었지만 아무 답변이 없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은 현재 복직 대신 옥시RB가 공장을 매각한 해태HTB에 고용승계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위 판정 무시 빈번… "제도 보완해야"

이 사례처럼 노동위의 판정을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에는 노동위 구제명령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이행강제금 제도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는 1회 최대 2000만원(하한 500만원), 총 4회로 제한해 구제명령을 받고도 이행강제금을 내고 버티는 기업이 상당수이다.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노동위의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기업은 503곳에 달했다.
이들은 77억 3382만원의 이행강제금(지방노동위, 중앙노동위 합산)을 내고 이행을 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서는 이행강제금에 대한 상한 금액을 높이는 등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지만 본회의에 상정된 건은 1건도 없다.


직장갑질119의 법률자문 박성우 노무사는 "부당해고 구제 판정을 지키지 않더라도 처음에는 이행강제금이 500만원에 불과하다"며 "밀린 월급을 주는 것 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가기도 하며 돈을 납부하지 않는 비율도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이행강제금 상한 금액을 높이는 등의 실질적인 구제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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