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투신·추락에 음란행위까지..옥상문 개폐 '갑론을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05 14:19

수정 2018.07.05 14:42

지난 2일 여학생들이 투신한 서울 상계동 모 아파트 15층 옥상은 열려 있었다. 옥상문에는 '출입금지. 이 문은 화재 등 비상시에만 출입이 가능합니다'라고 쓰여있다. 사진=김규태 기자
지난 2일 여학생들이 투신한 서울 상계동 모 아파트 15층 옥상은 열려 있었다. 옥상문에는 '출입금지. 이 문은 화재 등 비상시에만 출입이 가능합니다'라고 쓰여있다. 사진=김규태 기자
지난 2일 저녁 수업을 마친 여고생 2명이 서울의 한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투신했다. 당시 옥상문은 열려 있었다. 출입문에는 ‘출입금지. 화재 등 비상시에 출입 가능’이란 표시가 있었지만 별도의 잠금장치는 없었다. 주민이 아닌 두 학생도 충분히 들락날락 할 수 있었다.

사고 후 아파트 입주민들은 옥상문의 개폐(開閉)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60대 주민은 “옥상문을 열어둔 게 문제였다”며 “(사고 위험에도) 관리가 어렵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주민들은 “사고를 목격해 충격이 크다. 추가 사고를 막으려면 폐쇄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다른 주민 A씨(48)는 “불이 나면 고층 주민은 옥상으로 피해야 하는데 막아 놓으면 밖으로 뛰어내리란 것이냐”며 “사고는 안타깝지만 큰 참사를 막기 위해 열어 둬야한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측은 “문을 개방해놓지만 최근 폐쇄하라는 주민들도 있다”며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옥상서 음란행위까지..문 닫으면 불안 호소
아파트나 고층 건물에서 옥상문을 열어둘지 닫아둘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청소년들의 일탈뿐만 아니라 물건 던지기, 추락, 투신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해 옥상문을 폐쇄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화재 시 대형 참사의 우려도 있어 개폐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5일 현장 확인 결과 서울 시내 아파트 및 고층 건물에서 옥상 문을 폐쇄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 하계동의 15층 아파트 옥상문은 철제 자물쇠로 잠겨 있어 관리인만 드나들 수 있었다. 사당동의 한 아파트도 옥상문 옆에 유리 재질의 열쇠 보관함을 따로 두고 문을 잠군 상태였다. 비상시에 깨고 문을 열게끔 했다. 각종 범죄나 청소년 비행 문제를 막기 위해서다. 한 경비원은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가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셔서 주민 항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옥상 구석진 곳에서 어린 남녀 학생이 성관계를 하고 쓰고 난 휴지 등을 버리고 가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몰래 숨어 돌을 던지거나 투신자살까지 각종 사고도 빈번히 발생한다. 지난 2015년 경기 용인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초등학생 3명이 던진 벽돌에 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50대 여성이 맞아 숨졌다. 서울 모 아파트 주민 박모씨(34)는 “고층에서 담배꽁초가 날아오거나 쓰레기가 날아와 놀란 적이 많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아파트 경비원은 “물건을 던져도 (옥상에) CC(폐쇄회로)TV가 없어 경비원도 잡지 못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5일 서울의 다른 아파트 옥상 문이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다. 범죄예방을 위해서다. 사진=김규태 기자.
5일 서울의 다른 아파트 옥상 문이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다. 범죄예방을 위해서다. 사진=김규태 기자.
그러나 화재 발생시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 개방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12월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경찰 조사 결과 비상구가 막혀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옥상문도 사실상 비상문처럼 열어두자는 주장이 나온다. 모 아파트 주민 김모씨(46·여)는 “문을 닫아놓고 있는데 항상 불안하다”고 했다.

경찰과 소방도 엇갈린 입장
경찰과 소방당국도 옥상문 개폐 여부에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범죄나 사고 예방을 위해 문 폐쇄를, 소방은 화재시 대피로 확보를 위해 개방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일선 경찰서 직원은 “옥상은 CCTV 등 관제시스템이 없는 사각지대여서 경찰입장에서는 문을 잠그는 게 낫다”고 했다. 반면 모 소방서 관계자는 “화재 등 비상시에 옥상 문을 열수 있다면 평상시 문을 폐쇄해도 위법은 아니”라면서도 “되도록이면 문을 열어 놓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5일 서울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본 땅 아래 모습. 사진=김규태 기자
5일 서울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본 땅 아래 모습. 사진=김규태 기자
현행법에는 2016년 3월 이후 신축 아파트에 대해서만 옥상문 ‘자동개폐장치’ 설치를 강제하고 있다.
자동개폐장치를 통해 평상시에는 문이 폐쇄되고 긴급 상황에만 문이 열리게끔 한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적용되지 않아 관리자들이 스스로 개폐 여부를 결정하면서 혼란이 발생한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신축 건물에만 적용되는 자동개폐장치 의무화 방안을 과거 지어진 아파트에 전면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낡은 아파트에도 모두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방범 효과와 화재 시 대피 두가지를 모두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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