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이상 인삼 추출물을 섭취한 사람의 경우 노년기 인지기능이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삼은 약 2000년 전부터 아시아 전역에 널리 사용되는 약초 중 하나로 면역기능 증진, 피로 회복, 인지기능 강화 등의 효과를 지닌다고 알려져 왔다. 특히 고령사회를 맞아 노인이 인삼을 섭취할 경우에 기억력이 좋아지는 등 뇌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지에 대해 꾸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은 60세 이상 노인 6422명을 대상으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2년 간격의 추적연구를 통해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분석을 진행했다고 10일 밝혔다.
기존 스웨덴에서 인삼 섭취량과 기억기능 간 관계를 밝히려는 코호트 분석이 1회 진행된 적이 있었지만 이 연구는 35~80세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따라서 노인이라는 특정 연령층에 맞춘 것은 이번 국내 연구진의 연구가 처음이다.
그동안 인삼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주로 임상시험을 통해 진행돼왔다. 하지만 임상시험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연구 참여 대상자 수가 적고 연구 기간이 짧아 장기간 인삼 섭취가 노인의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대상자의 인삼 섭취 기간을 기준으로 '섭취 안 함', '5년 미만 섭취', '5년 이상 섭취'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기저평가(2010~2012년) 대상자인 6,422명의 노인 중 총 3,918명이 1차 추적 검사(2012~2014년) 및 2차 추적 검사(2014~2016년)에 모두 참여했으며, 이중 '섭취 안 함' 대상군의 경도인지장애 혹은 치매 등 인지기능 장애 비중은 32.6%, '5년 미만 섭취'군에서는 27.1%, '5년 이상 섭취'군에서는 24.7%로 인삼 섭취 여부에 따라 최대 7.9%p 차이를 보였다.
노인의 인지기능이 지속해서 감퇴하면 기억력이 점점 나빠질 뿐만 아니라 성격 변화, 우울, 환각 등의 정신병적 증상이나 근경련증, 보행장애, 요실금 등 여러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따라서 노년층의 인지기능 저하는 일상생활 영위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다.
연구팀은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 정도와 뇌기능 장애 발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신경인지설문조사인 CERAD와 치매조기선별검사인 MMSE를 노인의 전반적 인지기능 측정 도구로 사용했다.
그 결과 인삼을 꾸준히 섭취한 노인의 CERAD 총점과 MMSE 점수 모두 인삼을 섭취하지 않은 노인의 점수보다 높은 경향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노인의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령, 성별, 학력, 사회경제적 상태, 흡연, 음주, 동반 질환, 우울증상 및 치매 위험유전자 존재 여부 등을 모두 통제한 결과다.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로 5년 이상 인삼 추출물을 섭취한 노인들의 전반적 인지기능이 인삼 추출물을 복용한 적이 없는 노인들에 비해 좋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아시아 최초로 노년층을 대상으로 대규모 지역사회의 전향적 코호트 분석을 시행해 추출한 유의미한 결과로써, 인삼의 성분 자체가 인지기능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검증은 앞으로도 꾸준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평소 인지기능과 관련한 건강관리를 위해 인삼 섭취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과음과 흡연을 금하며 규칙적인 식사 및 수면 습관을 지니고 일주일에 세 번 정도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등 일상 속에서 여러 예방 실천이 병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된 한국인의 인지노화와 치매에 대한 전향적 연구(Korean Longitudinal Study on Cognitive Aging and Dementia; KLOSCAD)의 산출물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 연구와 치료(Alzheimer's Research&Therapy)에 게재됐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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