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과 학교폭력 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는 10대 청소년들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반적인 대책과 함께 청소년 맞춤형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14일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 우리나라 10대 청소년 자살률은 5명 내외로 나타났다. 자살률은 10만 명당 자살자 수를 나타내는 수치다. 주목할 점은 이 기간 동안 10대 자살률만 높아졌다는 점이다. 대다수 연령층의 자살률이 감소한 반면 10대는 2015년 4.2명에서 2016년 4.9명으로 증가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년 청소년 통계에서도 문제는 심각하다. 2016년 9~24세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고의적 자해(자살)이었기 때문. 이 자료 내 자살률도 7.8명이다. 사망원인 2, 3위인 운수사고(3.8명), 암(3.1명)보다도 2배 이상 높다. 2007년부터 이어진 현상이다.
■삶이 만족스럽지 못한 아이들.. 성적·학교폭력에 행복↓ 근심↑
우리나라 학생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여성가족부 자료에는 10대 청소년 4명 중 1명이 “심각한 우울감을 느낀다”고 나와 있다. 이와 관련, 우울증은 심각한 자살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을 보면 최근 3년간 10대 우울증 환자는 2015년 2만2894명에서 2016년 2만6165명, 2017년에는 2만9751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일각에선 정신질환에 부정적인 정서, 특히 학생기록부에 민감한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을 고려하면 실제 10대 환자 수는 이보다 많을 거란 의견도 나온다.
대학생 김승규(20.가명)씨는 “고교 시절 한 친구가 우울감을 호소했지만, 대학진학과 사회진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부모가 진료를 반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서도 10대가 느끼는 ‘주관적 안녕감’은 연령대가 오를수록 감소했다. 만 9~12세 응답자가 “보통 이상으로 행복하다”고 답한 비율이 88.2%지만 만 13~18세에선 79.7%로 떨어졌다. 또 “보통 이상으로 근심.걱정이 많다”고 답한 비율도 7.5%에서 15.1%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성적과 학교폭력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 성적 문제는 학교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병폐 중 하나다. 2013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조사했을 때, 학업 성적으로 차별받는다고 답한 초등학생은 16.5%, 중학생은 37.7%, 고등학생은 47.8%였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황여정 연구원은 “이는 진학 경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중고등학교에서 학생을 판단하는 준거로 학업성취가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청소년기에 경험하는 차별은 자존감이나 정서, 신체건강 등 청소년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학교폭력도 학생들을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구타와 같은 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언어폭력, 사이버폭력 역시 문제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발표한 ‘2012년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도 이런 현상은 단적으로 나타난다. 전년대비 피해 학생들 중 자살을 생각했다는 비율이 31.4%에서 44.7%로 크게 늘었다. 학교폭력 피해 후 고통을 느꼈다는 응답률도 33.5%에서 49.3%로 증가했다.
특히 사이버폭력은 그 심각성이 최근 부각되고 있다. 보험연구원 김동겸 수석연구원은 “청소년 스마트폰 사용 급증에 따라 SNS를 이용한 사이버폭력이 저연령화돼 학교폭력 유형 중 사이버폭력이 지속해서 늘고 있다”면서 “사이버 폭력으로 말미암은 심리적 고통은 신체폭력보다 심각해 우울증, 자살 같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자살예방대책’ 내놓은 정부.. '청소년 맞춤형 대안’ 주문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6개 분야 54개 과제로 구성된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마련했다. 우울증 검진강화, 자살 고위험군 발굴을 위한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 최근 5년간 자살한 7만명 전원에 대한 심리부검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청소년에 대한 핀셋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청소년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리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이 같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적잖다. 결국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 위한 몸부림인 셈”이라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SNS를 통한 심리상담으로 좋은 반응을 얻는 일본처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책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