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 선과 단독 인터뷰에서 메이 정부가 확정한 '소프트 브렉시트' 계획을 비판하고 EU와 기존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버리는 '하드 브렉시트'가 낫다고 주장했다.
■ 트럼프 "EU와 미국중 선택" 압박
앞서 메이 총리는 지난 6일 집권 보수당 각료들과 회의를 통해 소프트 브렉시트를 지향하는 향후 협상 전략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에도 EU와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면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만약 영국이 거래를 그렇게 한다면 미국은 영국이 아니라 EU와 거래를 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아마도 (미국과 영국은) 합의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7월에 만약 영국이 EU와 관계를 청산한다면 미국과 무역협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2일 인터뷰에서 "미국은 지금 무역 면에서 미국을 공정하게 대하지 않는 EU를 상대로 단호한 조치를 하고 있다"며 "EU와는 이미 충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나토 정상회담에서도 나토 방위비 분담 및 EU와 무역전쟁을 두고 독일 등 주요 EU 국가들을 끊임없이 비난했다.
그는 "만약 내가 (브렉시트) 협상을 했다면 무척 다르게 했을 것"이라며 "사실 내가 메이 총리에게 협상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말했는데 메이 총리는 내 말에 동의하지 않았고 듣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본인이 브렉시트 협상을 했다면 하드브렉시트를 밀어붙였을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 손님에게 호되게 당한 메이 총리
메이 총리는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12일에 지난해 3월 브렉시트 협상 개시 이후 처음으로 정부 방향을 정리한 브렉시트 백서를 발간했다. 백서에는 영국과 EU간의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하고 영국내 유럽사법재판소(ECJ)의 관할권을 종료하고 영국 법을 적용하되 ECJ의 판례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소프트브렉시트에 부합하는 내용들이 실렸다. 브렉시트 협상 마감을 약 9개월 남기고 이제야 협상 방향을 확정한 메이 총리는 같은날 블레넘 궁전에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초청해 저녁 만찬을 열고 양자 간 무역협정 체결을 촉구했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만찬 도중에 더 선의 인터뷰가 공개되자 몹시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가 타결한 합의는 영국 사람들이 투표했던 것과 무척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합의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바랐던 것이 아니며 최근 사흘간 들어보니 (내각에서) 사직서가 많이 나왔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번 합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이 정부에서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하다 9일 사직한 대표 강경파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언급하며 "내 생각에는 그가 대단한 총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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