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엔 "EU에 소송걸라" EU "美, 최고의 친구" 강조
서방 균열 우려에 불안감
이달 유럽 순방 내내 유럽연합(EU)을 헐뜯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EU와 대치중인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번에는 EU를 "미국의 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유럽이 오직 "무역적인 면에서만" 미국의 적이라고 말했지만 EU측은 이에 즉각 반응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서방 균열 우려에 불안감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방영된 미 CBS방송과 단독 인터뷰에서 EU의 무역정책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전담 문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그는 현재 국제적으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EU가 우리에게 무역부문에서 하는 것을 보면 EU가 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무역면에서 EU는 미국의 적"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동의하지 않겠지만 EU는 적이다. 러시아도 특정 부분에서 적이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적이고 확실히 적이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이건 그들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이건 뭘 시사하는 게 아니다. 이건 그들이 우리와 경쟁하고 있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나 우리나 (국가 경영을) 잘 해나가길 원한다. 그리고 우리는 잘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마도 역대 최고 수준의 고용상태를 이뤄냈다"며 자신의 취임 이후 경제성과를 자랑했다.
이번 인터뷰는 14일 영국 스코틀랜드 턴버리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골프리조트에서 이뤄졌다. 인터뷰에 나선 CBS방송의 앵커 제프 글로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적으로 중국 및 러시아에 앞서 EU를 꼽았다는 점에 많은 이들이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들을 모두 (동급으로) 본다. 내 부모들도 EU 안에서 태어났고 나는 이 나라들을 사랑하며 해당 국가들의 지도자들을 존중힌다"고 피력했다. 그는 "다만 무역적인 면에서 그들은 진실로 미국을 이용했으며 나토의 많은 회원국이 제대로 비용을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러시아 정상회담과 관계 주목
그러나 EU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날선 발언은 경제 문제에만 그치지 않았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5일 영국 B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전략을 놓고 자신에게 "EU에게 소송을 걸어라. 그들과 협상을 하지 말고 소송을 걸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핀란드 헬싱키에서 16일 오후 7시(한국시간)로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 단독 정상회담 직전에 나온 점에 주목했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90분간 다른 동행 없이 통역사만을 대동하고 비공개 회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서방 세계 균열의 어떤 징조라도 이용하려 들 것이라고 진단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모종의 양보를 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CBS 보도 당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과 EU는 최고의 친구다. 누구든 우리가 적대관계라고 말하는 것은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짓이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EU와 중국 간의 정상급 회담을 거론하고 "유럽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베이징과 헬싱키에서 만나는 것은 세계 질서를 향상시키기 위해 함께 대응하는 것이며 (질서를) 파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고 썼다. 투스크 의장은 "이러한 메시지가 헬싱키에도 닿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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