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석탄을 싣고 한국에 입항했던 선박이 2주 전까지 한국을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다. 20번 넘게 한국 항구에 정박하는 등 제제를 위반했지만 억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한국 포항에 북한산 석탄을 실어 나른 것으로 확인된 '리치 글로리'호가 이달 4일 한국 부산 항에 입항 기록을 남기는 등 여러차례 남한에 들어왔다고 19일 밝혔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은 한국 시간으로 7월 4일 오전 11시58분 '리치 글로리' 호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가 부산 항에서 포착됐다고 했다.
'리치 글로리' 호의 한국 방문은 이달 초 부산 방문 이전에도 여러 차례 이뤄졌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리치 글로리' 호는 석탄을 하역한 지 약 한 달 뒤인 지난해 11월14일 한국 포항에 입항했다. 이틀 뒤인 11월16일엔 묵호 항에 정박했다. 이후 열흘 뒤인 26일 울산 항에 모습을 드러낸 뒤 12월 8일과 15일, 20일 각각 부산 항에 입항 기록을 남겼다.
올들어선 1월1일 평택 항과 1월27일 부산 항에 입항했다. 2월2일엔 평택으로 되돌아왔고, 2월 18일 인천에 정박했다.
'리치 글로리' 호가 지난 2월20일 인천에서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도쿄 MOU)로부터 안전검사를 받은 기록이 있다. 인천에 정박한 지 이틀이 지난 시점에 안전검사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월1일 다시 평택 항에 입항한 '리치 글로리' 호는 4월10일과 5월22일 부산을 방문한 했다. 6월 4일과 18일에는 각각 평택과 인천에 입항했다.
이어 지난 4일 마지막으로 부산에 방문한 후 현재는 일본 해상을 항해 중이다.
VOA는 "'리치 글로리' 호는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10월11일 러시아 홀름스크 항에서 선적한 북한산 석탄을 포항에 내린 지 약 9개월 동안 최소 16차례 한국에 입항을 했다"며 "한국 정부로부터는 어떤 제지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이 불법 선박이라고 공식 지목한 지난 3월 이후에도 한국을 6차례 방문했지만 적절한 제재 이행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해 12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채택한 결의 2397호는 위법 행위에 연루됐거나 불법 품목을 운반했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선박에 대해 유엔 회원국이 억류와 검사, 자산동결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VOA는 '리치 글로리' 호는 전문가패널의 보고서에 위법 행위가 명확히 드러난 선박으로, 2397호가 명시한 '합리적 근거'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억류와 검사, 자산동결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북한산 석탄을 운반한 또 다른 선박 '스카이 엔젤' 호의 동선도 주목된다.
스카이 엔젤은 지난해 10월2일 북한산 석탄을 인천 항에 하역했다. 이후 지난해 11월24일 부산 항, 12월25일 옥포 항에 입항했다. 또 올해 2월23일과 5월28일 울산에 들렀고, 6월3일엔 평택에 입항 기록을 남겼다.
이어 최근인 6월14일 다시 울산 항에 입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VOA는 불법 행위가 발각된 뒤에도 불과 한 달 전까지 최소 6차례 자유롭게 한국을 드나들었다고 밝혔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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