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들에게 상식처럼 통용되는 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블랙박스 영상들을 보면 가해자의 일방적 사고로 보이는 데도 70 대 30 등 쌍방과실로 결론이 났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100 대 0'인 사고는 정말 없는 것일까? 있다면 어떤 유형의 사고일까?
손해보험협회는 1976년부터 교통법규·판례 등을 기초로 하여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마련·운영하고 있다. 차對차 사고 과실도표 중 일방과실(100:0)을 적용하는 사고 9개를 살펴봤다. 다만, 과실비율은 실제 사고 당시의 도로상황, 중과실 여부에 따라 가증 또는 감경하니 유념해야 한다.
■ [자동차 A] 녹색진입 / [자동차 B] 적색진입 : 자동차 B 100% 과실(사고상황 201번)
신호기가 있는 교차로에서 자동차 A는 녹색신호에, 자동차 B는 적색신호에 서로 다른 방향에서 진입해와 충돌한 사고다. 도로교통법 제5조 【신호 또는 지시에 따를 의무】에 따라 B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 다만, A가 신호에 따라 진행하였다 하더라도 사고 가능성을 예견했는데도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의 중과실이 있을 때에는 수정·가산한다. A에게 수정 요소 상의 과실을 부담시키는 경우에는 입증책임이 B에게 있다.
■ [자동차 A] 적색(직진) / [자동차 B] 녹색화살표시 좌회전 : 자동차 A 100% 과실(사고상황 209번, 215번)
신호기가 있는 교차로에서 자동차 A는 적색신호에 직진, 자동차 B는 녹색화살표시에 좌회전해 충돌한 사고다. 도로교통법 제5조 【신호 또는 지시에 따를 의무】에 따라 A에게 100% 기본과실이 있다.
■ [자동차 A] 녹색(직진) / [자동차 B] 녹색(좌회전) : 자동차 B 100% 과실(사고상황 210번)
신호기가 있는 교차로에서 자동차 A는 녹색신호에 직진, 자동차 B는 녹색신호에 좌회전으로 서로 도로 반대방향에서 진입해와 충돌한 사고다. 좌회전차가 녹색화살표가 아닌 녹색신호에 좌회전하는 것은 신호에 따를 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좌회전차의 과실 100%이다.
해당 상황에서 비보호좌회전일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 [자동차 A] 직진차 / [자동차 B] 도로 외 출입차 : 자동차 B 100% 과실(사고상황 242번)
자동차 A는 정상적으로 도로 주행 중이고, 자동차 B는 도로 외에서 중앙선을 넘어 도로로 진입하려다 충돌한 사고다. 도로외 출입차(노외차)가 도로를 넘어 반대 차로에서 좌회전하는 경우는 원칙적으로 노외차의 과실을 100%로 본다.
도로외 출입차란 주차 중이나 주유소에 출입하거나, 물건의 반출입 등을 위하여 도로에서 도로 외로 혹은 도로 외에서 도로로 진입하는 차를 말한다.
■ [자동차 A] 직진 / [자동차 B] 중앙선 침범 : 자동차 B 100% 과실(사고상황 249번)
동일 도로를 반대방향에서 서로 직진하다가 충돌한 사고다. 자동차 A는 정상적으로 주행하고, 자동차 B는 중앙선을 침범하여 주행하다가 충돌했다. 이 경우에는 중앙선을 침범한 자동차 B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
만약 A가 충돌을 피할 수 있음에도, 전방주시태만으로 회피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A에게도 과실이 있다.
■ 추월 금지 장소에서 [자동차 A] 선행 직진 / [자동차 B] 후행 추월 : 자동차 B 100% 과실(사고상황 250번)
추월 금지 장소(도로교통법 제22조 제3항, 터널, 교차로, 다리 위 등)에서 동일방향으로 진행하는 차량 간의 앞지르기 중의 사고다. 후행하던 자동차 B가 선행하던 자동차 A를 추월하던 중 충돌한 경우다. 자동차 A는 이를 피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자동차 B의 일방적인 과실로 볼 수 있다.
다만, 도로교통법 제20조(진로양보의무위반)에 따라, 피추월차량이 추월차량보다 계속 느린 속도로 진행하고자 할 때 도로 우측으로 피하여 진로를 양보해야 할 의무가 있는바, 이를 위반하거나 기타 이에 준하는 과실이 인정되면 마찬가지로 피추월차에게 과실을 가산하여 적용한다.
■ [자동차 A] 후속(추돌차) / [자동차 B] 선행(피추돌차) : 자동차 A 100%과실(사고상황 253번)
선행하는 자동차 B를 후행하던 자동차 A가 추돌한 사고다. 추돌사고는 기본적으로 피추돌차에게 과실이 없고, 추돌차에게 전방주시태만, 차간 안전거리미확보(도로교통법 제19조 제1항)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자동차 A에게 100% 과실이 있다.
다만 법 제19조 제4항은 모든 차의 운전자는 위험방지를 위한 경우나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급정지나 급감속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험방지나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선행차의 급정거는 중과실로 보아 30% 비율로 가산수정한다.
택시 손님을 태우기 위한 급정거, 운전미숙으로 가속기 대신 브레이크 밟기 등이 이유가 없는 급정거에 해당한다.
■ [자동차 A] 주(정)차중인 차 / [자동차 B] 추돌차 : 자동차 B 100% 과실(사고상황 255번)
주·정차된 자동차 A를 자동차 B가 추돌한 사고다. 이 경우 주·정차 차량의 기본과실은 0%이다. 여기에서 주·정차는 차로 또는 도로가장자리(갓길 포함)를 포함하고 차로와 도로의 가장자리를 동시에 걸치고 주·정차하는 경우를 포함하며 사고형태가 추돌이 아닌 충돌 또는 접촉의 경우에도 해당한다.
다만, 도로교통법 제32조(정차 및 주차의 금지), 제33조(주차금지장소)를 위반하여 주차한 경우 주차차량 A에게 과실을 가산한다. 또한 폭우, 진한 안개, 야간에 가로등이 없어서 어두운 곳에서는 추돌차가 주(정)차 중인 차량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이를 수정가산요소로 한다.
참고 : 손해보험협회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
yongyong@fnnews.com 용환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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