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공연 리뷰] 뮤지콘서트 '문 스토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9 00:06

수정 2018.07.29 00:07

뮤지콘서트 '문스토리' 포스터
뮤지콘서트 '문스토리' 포스터
기억을 붙잡는 일은 잊는 일보다 어렵다. 기억을 붙잡는다는 것은 때론 아픔을 계속 안고 사는 것을 의미한다. 행복보다 슬픔이 많은 이 지구의 일들은 빠르게 돌아가고 불행은 계속해서 쌓여간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불행을 계속 마음 속에 담아두는 것의 무게란 만만치 않고 고통을 잊기 위해 어느 순간들을 내려놓기 시작하면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조차도 잊게 된다. 존재의 이유마저 잊게되는 것이다.
불행을 잊으려 하면 어느새 행복조차 잊게 된다. 천만개의 빛나는 별이 있으면 천만개의 어둠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이어질 삶을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기억해내어야 한다. 지나온 순간에 대한 기억들이 지금의 삶을 살게 하는 존재 이유가 된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 속에 자신이 놓여져 있다 느낄 때 일수록 자신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우리는 세상에 버려진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지구별을 여행하는 달에서 온 아이들이라고 믿고 싶은 것은 누군가가 보았을 때 미친 망상일 수 있지만, 인생의 고해를 헤쳐나가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뮤지콘서트 '문 스토리'는 이와 같이 힘든 삶 속에 놓인 우리네 인생들을 위로하는 작품이다. 불행한 운명 속에서도 당신이 혼자가 아니며 오히려 달에서 온 특별하고 존귀한 존재일 수 있다고 말해주는 작품이다.

과거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동하며 인기를 얻었지만 어느 날 겪었던 충격적인 일들로 기억들을 지웠거나 혹은 잃어버린 채 유령처럼 삭막한 서울을 떠도는 택시기사 이헌이 달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노숙자 용을 차로 들이받게 되면서 극은 시작된다. 숨을 쉬지 않아 죽은 줄 알았던 용을 자신의 거처로 데려온 날 예전 같은 고아원에서 함께 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의지했던 옛 친구 린이 여자의 몸으로 돌아오면서 이헌의 삭막한 삶에 다시 뛰어든다. 이헌은 어제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 할만큼 조각난 기억들을 갖고 산다. 자신도 모르는 새 그가 과거 린과 함께 이야기하며 쓰다 말았던 '문 스토리' 연재가 블로그에 재개되고, 또 어제 약속을 했다며 불쑥 찾아온 출판사 직원에게 오히려 자신의 혼란과 분노를 쏟아낸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이 세사람과 엮이며 어느새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번 작품은 뮤지컬 '사의찬미'로 호흡을 맞췄던 성종완 작가 겸 연출과 김은영 작곡가 콤비가 내놓은 신작이다. 29일까지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트라이 아웃'으로 공연된다.

이번 공연은 뮤지컬 '인터뷰', '스모크' 등 많은 뮤지컬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들을 배출한 현대카드 '김수로 큐레이티드'시리즈의 열두번째 작품으로 기존에 공연되었던 작품들과는 다르게 '뮤지콘서트'라는 새로운 장르의 공연으로 선보이고 있다. 김수로 프로듀서는 공연을 앞두고 개인 SNS를 통해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개발해보았다"라고 언급했다.
기존의 뮤지컬과 달리 음악적 요소를 강화해 무대는 단출하다. 하지만 이 단출한 무대가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음악 사운드를 강조하다 보니 일부 대사 전달이 약한 것이 아쉽지만 21세기 최장 개기월식이라는 우주쇼가 펼쳐지고 있는 이 여름밤에 걸맞는 공연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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