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한 통에 280kcal. 밥 한 공기보다 적은 열량·고단백 아이스크림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돌풍의 주인공은 '헤일로 탑' 아이스크림. 최근 국내 브랜드에서도 몇 개 출시한 저열량 아이스크림의 원조 격이다. 헤일로 탑은 파인트(0.47리터) 한 통에 적게는 240kcal, 가장 열량이 높은 것도 360kcal 정도다. 하겐다즈, 벤앤제리스 등 기존 아이스크림과 비교하면 대략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조사기관 IRI에 따르면 헤일로 탑 아이스크림은 지난해 가장 잘 팔린(top-selling) 신규 식음료 브랜드 1위에 올랐다. 연 매출은 3억2420만달러(약 3627억원)다. 창업 6년 만에 얻은 가파른 성장세에 파이낸셜타임스, 비니지스인사이더 등 외신들은 헤일로 탑의 성장을 잇달아 조명하고 있다.
■ 칼로리 걱정없는 아이스크림.. 비밀은?
설탕 뿐 아니라 액상 과당도 쓰지 않지만 헤일로 탑은 신기하게도 다른 아이스크림과 똑같은 맛과 식감을 자랑한다. 단백질 함량은 오히려 더 높다. 비밀은 천연감미료 스테비아와 에리스리톨이다. 이들 천연감미료는 칼로리가 없고 혈당 지수에도 영향을 주지 않아 설탕 대체품으로 알려져있다. 또 유전자 조작이 되지 않은 우유와 크림을 사용하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먹는 단백질 보충제인 농축 유단백을 추가했다.
헤일로 탑은 2012년 저열량·고단백의 '건강한 아이스크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바닐라, 초콜릿, 딸기, 레몬맛 등 4가지를 출시했다. 평소 단 음식을 좋아하던 창업자 저스틴 울버튼(38)은 혈당 조절을 위해 스테비아를 사용한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어 먹었다. 뜻밖의 놀라운 맛에 울버튼 CEO는 본격적으로 아이스크림 개발에 착수, 수많은 실패끝에 1년만에 헤일로 탑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그는 이전까지 변호사로 일했다.
■ 소셜 마케팅으로 '쿨'한 이미지↑
물론 헤일로 탑이 처음부터 주목받은 건 아니었다. 소규모 사업체였던 헤일로 탑이 선택한 마케팅은 소셜미디어였다. 울버튼 CEO는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역 대학생들은 물론 건강·피트니스 인플루언서들에게 헤일로 탑 쿠폰을 보냈다. 이들의 포스팅은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헤일로 탑 '쿨'하고 '건강한' 이미지로 입소문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6년 GQ 매거진이 쓴 기사를 계기로 헤일로 탑은 날개돋힌 듯 팔리기 시작했다. 12일간 헤일로 탑만 먹었더니 몸무게가 4.5kg 가량 줄었다는 내용이다. 그해 헤일로 탑은 전년비 무려 2500% 성장했으며, 미국 가정용 아이스크림 파인트 부문에서 하겐다즈, 벤앤제리스를 누르고 판매 1위를 기록했다.
■ '건강한' 수식어에 일부는 의문
헤일로 탑에 '건강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느냐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일부 영양 전문가들은 아이스크림 한 통을 다 먹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면서 설탕을 대체하는 감미료가 오히려 살을 찌게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금 더 낫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선택일 수 없다" 견해도 있다. 이에 대해 울버튼 CEO는 "아이스크림으로 인한 과도한 열량 섭취 없이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이 헤일로 탑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헤일로 탑은 향후 3년간 전 세계에 헤일로 탑을 알리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일단 시작은 순조롭다. 올 1월 영국에서 7가지 맛을 출시한 헤일로 탑은 높은 인기에 꾸준히 몇 가지 옵션을 추가하고 있다. 이어 캐나다, 멕시코, 아일랜드, 호주 등에도 진출했다.
건강식에 대한 트렌드가 지속적으로 확산하면서 헤일로 탑은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다만 세계 시장 진출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풍적인 인기를 끈 만큼 비슷한 제품들이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가격을 더 낮게 책정한다. 이미 다른 저열량 아이스크림이 선점하고 있는 예도 있다. 호주의 '프로프로' 아이스크림은 이 부문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차별화를 위해 헤일로 탑은 꾸준히 새로운 맛을 내놓는다. 현재까지 20가지가 넘는 맛을 출시했으며, 코코넛밀크를 사용한 비건 아이스크림도 내놨다. 또 소셜미디어를 활용, 고객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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