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토=이유범 기자】 "일본은 거슬러 올라가면 에도시대(17세기)부터 유럽을 견본삼아 과학, 철학 등 다양한 서적을 번역해왔다. 서양의 원서를 읽지않고 일본어로 쓰인 책만으로도 고도의 연구가 가능하다. 이같은 번역 수준이 일본의 노벨상 수상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1일 시게모리 타미히로 리츠메이칸 대학 정책과학부 교수(사진)는 일본의 번역과 노벨상 수상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응답했다.
교토에 소재한 리츠메이칸 대학은 일본 10대 사립대 중 하나이며, 시게모리 교수는 인문학, 번역 등과 관련해 저명한 학자로 꼽힌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1949년 유카와 히데키(물리학)가 첫 수상한 뒤 지난해까지 모두 26명(외국 국적 취득자 3명 포함)에 달한다.
특히 일본은 2000년 이후 자연과학분야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시게모리 교수는 일본 근대화와 노벨상의 원동력으로 '번역'을 꼽았다.
그는 "도쿄대를 비롯해 일본의 대학들은 법률, 문학, 철학, 과학 등 유럽의 최첨단 학문을 흡수한다는 생각하에 번역에 역점을 뒀다"며 "학술진흥지원은 선생님(유럽 학문)을 흉내내는 것에서 이제는 자신의 연구를 개척하는 시대로 변화해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시대가 변하고 있는 만큼 번역만틈 원서의 중요성도 강해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번역에서의 오역과 시대적 상황에 따라 의미가 바뀔 수 있다는 것.
시게모리 교수는 "아무리 높은 수준의 번역이 이뤄져도 시대가 바뀌면서 의미가 바뀔 수 있고, 문맥이 달라지는 등 오역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잘못된 번역을 피한다는 차원에서 한국의 원서를 기초로 한 교육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그는 한국과 일본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인문사회분야 연구 예산이 축소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시게모리 교수는 "문부과학성은 연간 2500억엔(약 2조5000억원)을 학술연구지원에 투자하고 있지만 과학기술쪽보다 인문사회에 대한 지원이 굉장히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인류 문명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선 인문사회의 지혜.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문학에 대한 지원이 좀 더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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