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서 노타이 허용했지만 예의 지키느라 넥타이 고수
#. 재판 시작을 10여분 앞둔 서울중앙지법의 한 소법정 안. 한 법원 경위는 법정 문을 열자마자 재킷을 의자에 걸어놓고 땀을 식혔다. 방청석에 앉은 한 꼬마는 더위에 지친 듯 널부러져 할머니의 손부채질에 잠에 들었다. 검정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맨 채 서류뭉치를 가득 들고 들어선 변호사는 연신 땀을 훔쳤다.
111년 만에 한반도를 덮친 살인적인 폭염에 법정 내에서 더위에 지친 소송 관계인과 방청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법정은 공공기관처럼 실내 온도 28도를 지키고 있지만,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실외에서 들어온 방문객들의 열기를 단시간에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방청객 몰리면 '찜통'
5일 법조계에 따르면 40석 규모의 소법정은 피고인이 많거나 관심을 모은 사건이어서 방청객이 몰리면 '사우나'를 방불케 한다. 개별 냉방장치가 있는 대법정과 달리 소법정은 건물 전체에 찬 공기를 불어넣는 중앙냉방 방식인 탓에 많은 방청객이 내뿜는 열기에 즉시 대처하기가 어렵다. 정작 필요할 때 에어컨이 켜지지 않는 일이 다반사고, 높아진 체감온도에 불쾌지수는 극에 달하게 된다.
가장 괴로운 이들은 변호인들이다. 판사들은 법원 내부에 있는 판사실에서 법정까지 가기가 수월한 반면 변호사들은 사무실에서 서류를 챙겨 들고 법원에 도착해도 미적지근한 실내온도 탓에 불쾌감이 높다고 호소하고 있다.
■폭염에도 넥타이 고수
정장 차림을 고수해야 하는 점도 골칫거리다. 변호사가 변론에 임할 때 '넥타이를 맨 정창 차림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관행처럼 같은 차림으로 법정에 온다.
이에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3년부터 7~8월에는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넥타이를 매지 않도록 협조공문을 전국 법원에 보내고 있다. 서울 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판사들은 판사실에서 출발해 불편은 없지만, 삼복더위에 외부에서 오는 변호사들은 땀에 다 젖어 있다"며 "넥타이라도 풀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에서도 '노타이'를 허용한다고 합의가 된 사항이지만 여전히 넥타이를 매고 들어간다"며 "오래된 연차의 재판장 중 일부는 변호사의 복장을 '사법부에 대한 존중'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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