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 초읽기 기업 타격은? (2) 현대차그룹
기존 모비스 중심 개편안, 일감몰아주기 제재 걸려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원점에서 새로 만들어야
기존 모비스 중심 개편안, 일감몰아주기 제재 걸려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원점에서 새로 만들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가 권고한 대로 법을 개정하면 현대자동차그룹도 추가 규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올해 들어 한 차례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가 원점으로 돌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셈법도 복잡해진다.
앞서 현대모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방안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반대에 부딪혔던 현대차그룹은 이젠 주주와 정부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카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배구조 셈법 복잡해진 현대차
6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특위가 공정위에 지난달 29일 제출한 권고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지정 기준 개정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 △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 △자·손자회사 의무 지분율 요건 상향 등을 골자로 한다. 이 가운데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와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에 대한 개정안은 현대차그룹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대로 공정거래법이 개편될 경우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는 새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추가된다. 기존 총수 지분 30% 이상인 상장사와 20% 이상인 비상장사에 적용됐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준을 상장·비상장사 20%로 확대하면서다.
현재 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이노션과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성이 이노션 고문 등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29.9%씩이다. 과거 이노션 지분 100%를 총수일가가 보유했지만 지난 2013년부터 3년에 걸쳐 30% 미만으로 낮춘 결과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비슷한 기간 43.4%에서 현재 수준으로 낮아졌다.
또 권고안대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 순환출자고리 맨 끝에 위치한 기업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는데, 기아자동차가 이에 해당한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총수일가→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3월 내놓았던 지배구조 개편안에도 현대글로비스의 총수일가 지분율과 순환출자구조 해소 문제가 담겨 있었다. 당시 개편안의 핵심은 총수일가의 현대글로비스 보유지분을 매각하고, 기아차에서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를 끊어버리는 것이었다.
우선 이 개정안은 유보된 상태지만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기존 개편안을 유지하되 문제가 됐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비율을 재조정하는 시나리오가 유력시됐었다.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직접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지지의사를 밝힌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특위의 권고안대로 개정안이 확정되면 현대차그룹은 원점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기존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개편안대로라면 지배회사의 위치로 올라서는 현대모비스의 총수일가 지분율이 30.2% 이상으로 높아져 일감몰아주기 제재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모호한 기준에 기업도 정부도 '갈팡질팡'
기업들은 공정거래법 적용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판단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한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추진했던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도 공정위가 지배회사로의 전환이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 자문사들마저 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내놓으며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또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기업으로 지정되더라도 총수일가가 규제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다고 해서 모두 처벌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의 기존 개편안에서도 이노션이 제외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노션의 경우 사업구조개편과 순환출자해소 등 구조개편의 목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현대차그룹 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내부거래를 통해 총수일가가 부당한 이익을 챙겼을 경우에만 처벌대상이 되는데, 이 판단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한진그룹의 일감몰아주기와 관련, 제재를 내렸지만 법원 판결에서 공정위가 패소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공정위 관계자는 "모호한 기준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행위가 총수일가에 부당 이익을 주는지에 대한 시행령을 규정했지만, 여전히 경제법에서 판단하는 근거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또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으로 기아차 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도 우려를 표한다.
재계 관계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분류된 계열사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면 우호지분이 줄어든다"며 "이 경우 행동주의펀드 등 외국계 주주의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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